“분배를 강조해온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물러나면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닐까.”
이정우 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20일 전해지자 재계와 경제부처는 정책기조의 변화 여부에 촉각을 세웠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 국가균형발전위, 동북아시대위 등 12개 국정과제위원회를 총괄해온 이 위원장이 시장에서 분배론자로 통했기 때문에 그의 퇴진에는 남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정책기획위원장이 교체되더라도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기획된 정책들이 시행 단계에 들어서면서 정책기획위 역할이 달라진 데다 정책기획위가 가졌던 국정과제위 관리 기능도 대부분 청와대 정책실로 이관됐다는 점을 고려한 자연스런 인사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혁 전도사’ 역할을 해온 이 위원장의 2선 후퇴에 따라 정책의 무게 중심도 개혁과 분배에서 실용과 시장 쪽으로 조금씩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세제 강화를 골자로 한 ‘10ㆍ29 부동산 대책’ 입안을 주도했고, 임금인상 요구 자제를 조건으로 한 노조의 제한적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네덜란드식 노사협력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개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종종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경제 관료들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사퇴 후 경북대 교수로 복귀할 예정인데 그의 공백은 자연스럽게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과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위상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행여 이 위원장의 사퇴가 문책성 경질로 비쳐질 것을 우려, “대통령 신임이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도 “오래 일했고 참여정부 중반을 지난 지금이 학교로 돌아갈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담도 사건 때 일부 위원회의 월권 논란이 빚어진 것, 또 기존의 부동산 대책이 아파트값 폭등이란 예기치 못한 사태로 귀결된 것을 사퇴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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