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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모기때문에 억울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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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모기때문에 억울한 일

입력
200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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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여행을 가서 같이 잠을 자도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어릴 때 네 형제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잘 때엔 다들 삼베 홑이불을 덮고 자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그건 모두 저기 발 아래에 가 뭉쳐 있다.

그리고 누군가 꼭 모기에 물리는 형제가 나오기 마련인데 내가 늘 그랬다. 그 때는 모기약도 귀해서 잘 뿌리지 못했다. 병 속에 깔때기를 대고 입으로 세게 불어서 뿌리는 모기약이었다.

이상하게 모기가 다른 형제들은 잘 물지 않는 것 같은데 나만 집중적으로 물곤 했다. 그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형제들은 약을 올리듯이 늘 이렇게 말했다. 그건 네가 다른 사람보다 지저분해서이고, 잘 씻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함께 누워도 나만 모기가 문다. 아내 역시 그건 당신이 잘 씻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저런 일로 여름만 되면 나는 모기에 대해 좀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잠을 자다가 귓가에 앵 소리만 나면 그때부터 불을 켜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어이 그 모기를 잡아야지만 잠을 잔다. 그러면 아내는 또 내 성격이 별나서라고 말한다. 살다 보면 이렇게 모기 앞에서까지 억울한 사람이 있는 법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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