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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기기 대학납품 전직 영업사원 폭로/ "돈 밝히는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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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기기 대학납품 전직 영업사원 폭로/ "돈 밝히는 교수님"

입력
200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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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을 상대로 7년간 연구용 기기를 판매했던 전직 영업사원이 “일부 공대 교수들이 연구비 횡령 등의 목적으로 거래업체에게 수백~수천만원 짜리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달라고 수시로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 달 초 연구비 등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대 공대 조모(38) 교수를 구속하고 같은 대학 교수 3, 4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이번 폭로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나 공대 교수 등을 상대로 토목·건축·자동차·기계 관련 1회용 측정기기를 판매하는 모 업체의 전직 영업사원 P(34)씨는 20일 비리 투성이인 대학 연구용품 납품사업에 회의를 느끼고 최근 회사를 그만 둔 뒤 본보를 찾아와 이 같이 폭로했다.

P씨는 2003년 말 평소 거래를 통해 알고 지내던 충청지역의 한 공대 교수로부터 “다음부터 당신네 업체하고만 거래할 테니 1,500만원짜리 허위 세금계산서 하나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P씨는 사장과 상의한 뒤 5만원짜리 측정기기 300개를 한꺼번에 구입한 것처럼 꾸며 교수에게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서를 건네줬다.

대학은 교수로부터 받은 서류를 그대로 믿고 P씨 회사에 1,500만원을 입금시켰으며, 회사는 며칠 뒤 부가세 180만원을 제외한 1,320만원을 교수가 지정한 비자금 계좌에 입금했다.

P씨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공대 교수들이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3,000만원까지 자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세금계산서를 요구했다”며 “특히 프로젝트를 많이 딴 교수나 유명 교수일수록 학교의서 감시가 소홀한 편이어서 요구하는 금액도 커진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이 같은 편법이 너무 일상화해 이 바닥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교수가 마음만 먹으면 2~3년 안에 집 1채 산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P씨는 “이런 방식으로 나를 비롯한 회사 직원들이 7년 여 동안 끊어준 세금계산서 금액이 수억원에 달하며 거래한 교수도 전국적으로 50여명”이라며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수십개가 있으니 해당 교수들이 실제 빼돌린 액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량이나 단가를 부풀려 돈을 빼돌리거나 사양서를 조작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된다. P씨는 “소모품 50개를 사고 200개를 샀다고 속이거나 150만원짜리 기계를 500만원짜리라고 속여도 대학에 적발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대학의 검수 과정이 허술하기도 하고, 소모품의 경우엔 교수가 다 써버렸다고 통보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P씨는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렇게 새나가는 돈만 막아도 등록금을 인상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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