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18일 한 강연에서 “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 평준화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도입 계획을 후퇴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총장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고교 평준화해제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평소의 소신을 다시 한번 강조한 이번 발언에 대해 굳이 이러쿵저러쿵 시비할 것은 아니다.
다만 서울대 입시안을 둘러싼 정치권과 서울대의 극한 갈등이 수그러드는 시점에 왜 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통합교과형 논술이 본고사냐, 아니냐를 놓고 사회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온갖 논란 끝에 “실체 없는 소모적 논쟁”이라는 판단아래 결국 서울대가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기로 하고 일단락된 상태다. 그런데 정 총장은 이제 와서 입시안 후퇴는 없다며 딴 소리를 하고 있다. 거기다 평준화라는 또 하나의 민감한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정말 교육정책 전반을 놓고 전면전이라도 하자는 것일까.
고교 평준화는 30여년 동안 교육의 근간을 유지해온 핵심적인 정책이다. 대학경쟁력 저하원인을 평준화에 돌리는 것도 무리이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단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닌 게 분명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 총장이 개인적 소신에 입각하여 말하는 것은 올바른 처신으로 보기 어렵다.
정 총장이 평준화 문제를 보는 인식은 “좋은 원자재를 가져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발언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수한 인재를 싹쓸이하겠다는 이기주의적인 발상을 드러낸 것이다.
좋은 학생만을 골라서 교육하겠다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서울대는 그동안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정 총장은 국립대 총장이자 선도대학 총장으로서 사회적 책무와 함께 자신의 한 마디가 미칠 파장을 심사숙고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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