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7 런던 연쇄 폭탄 테러에 대한 수사가 가속도가 붙으면서 영국 정부와 파키스탄, 이집트 등과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공방은 수사의 관할권에서 ‘누가 테러리스트를 길러냈는가’라는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경찰은 용의자들이 확실히 알 카에다와 관련 있다며 관련국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국은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영국이 외국에서 마녀사냥을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 경찰과 언론은 우선 파키스탄을 ‘테러의 온상’으로 몰아세워왔다. 용의자 4명 중 3명이 파키스탄계 인데다 세흐자드 탄위어(22)가 파키스탄의 이슬람 학교인 마드라사에 다녔고 나머지 2명도 파키스탄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지난 주 “마드라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파키스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무니르 아크람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계 청년들이 마드라사에서 공부한 것은 수 십년 전부터인데도 마치 마드라사가 테러범 양성소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밖을 볼 것이 아니라 영국 내부의 문제를 살피라”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18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전국청년회의’ 연설에서 마드라사가 런던테러와 직접 연관되었다는 것은 부인하면서도 “요즘 일부 마드라사가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휘말려 있다”며 학자, 기술자 등을 양성하는 전통적 역할에 충실할 것을 촉구했다.
이집트와 영국의 수사권 관할 문제도 껄끄럽다. 이안 블레어 런던 경시청장은 테러 배후 조종자로 지목된 이집트 출신 화학자 마그디 엘 나샤르(33)의 혐의가 확실하다며 영국으로 불러 직접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하비브 알 아들리 이집트 내무장관은 “그는 알 카에다와 관련이 없다”며 “영국 경찰과 언론이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은 수사 기밀정보가 자꾸 새나가는 것과 관련해 프랑스에 불만이 많다. 프랑스의 대 테러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샤부드가 11일 “테러에 쓰인 것은 군용 폭탄”이라고 공개하고 13일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영국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히는 등 수사 기밀을 줄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로 알려진 채텀하우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영국은 그 동안 운전대를 미국에 맡긴 ‘뒷자리 승객’으로 테러 전쟁에 협력해 왔다”며 “그 같은 태도가 런던 테러와 같은 공격에 취약하게 만든 매우 위험한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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