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여름 저녁마다 강둑에 나가 저 멀리 대관령에서 조금씩 아래로 강으로 밀려드는 황토빛 노을을 바라본다. 이럴 때면 강도 소년에게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대관령으로 비껴지는 노을에 강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은어 떼가 한번에 수백 마리씩 동시에 수면 위로 펄떡펄떡 뛰어 오른다.
“아부지이. 은어가 왔어요.”
그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되어 이제 귀밑머리가 조금씩 하얘지기 시작한다. 예전의 소년 같은 아들을 데리고 매년 여름 은비령을 넘고 한계령을 넘어 양양 남대천으로 은어 낚시를 떠난다.
어린 시절 소년이 보았던 강릉 남대천엔 이제 은어가 살지 않기 때문이다. 양양 남대천도 몇 해 전부터 은어 낚시를 금하고 있다. 그래도 어린 날에 보았던 은어를 보러 여름마다 푸른 령을 넘는다.
물것 몸에서 비린내가 아니라 수박 향내가 나는 고기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에서만 살며 다른 고기나 벌레를 잡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그 1급수 바닥에 깔린 돌이끼를 뜯어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린 날의 내가 어른이 된 내게 말한다. “아부지이. 은어가 왔어요.”
이 말은 내게 노을처럼 아름답고 노을처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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