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분기 실적을 내놓은 LG전자의 진솔한 자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권영수 부사장은 18일 오후에 열린 2ㆍ4분기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몇 년째 IR을 주재해 왔지만 이번처럼 곤혹스럽기는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가격이 이렇게 가파르게 하락할 지 예측하지 못했고, 휴대폰도 이 정도로 악화할줄 몰랐다. 문제(실적 하락)의 발단은 엄연히 실력에서 나온 것이므로 대오각성하고 있으며, 반복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반성하고 점검하겠다”며 경영진의 판단 착오를 인정했다.
분기 실적 사상 처음 적자를 낸 휴대폰 부문에 대해 권 부사장은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인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면서 실력을 과대 평가했다. 사업자 위주인 CDMA 시장에서의 경험만 믿고 유통 위주인 유럽방식(GSM) 시장 공략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며 경영진의 자만과 전략적 실수를 자인했다.
특히 그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공조를 강화하고 팬택이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돼 결과적으로 내수시장 사업이 더 어려워졌고,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3세대 휴대폰 공략 강화로 3분기 실적 개선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 돌풍에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며 “연말까지 수익성 있는 모델 위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며, 짜임새 있는 사업체제로 가려면 6개월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의 깊은 반성에도 불구하고 19일 LG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1% 이상 떨어지고, 향후 실적 개선을 불신하는 분석자료까지 나오는 등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추락한 실적을 변명하거나 근거 없는 전망으로 호도하려 하지 않은 LG전자의 반성이 진솔하게 느껴졌다”며 “지금 당장은 실적 악화에 따른 실망감이 크겠지만 향후 실적 개선의 작은 모티브라도 주어지면 시장은 바로 LG전자에 신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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