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된 금괴를 ‘화폐’로 볼 것인가, 판매 목적의 ‘물품’으로 볼 것인가. 법원과 검찰이 법리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19일 홍콩에서 원가 5억6,000여만원 상당의 금괴를 밀수하다 적발된 임모(68)씨에 대해 관세법 대신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괴는 상품으로서의 가치와 결제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현대에 이르러 결제수단 기능이 상당히 퇴색했지만 아직도 국제적 결제수단으로 통용되고 있고 통화가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금괴 밀수는 외국환거래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밀수범들이 결제수단이 아닌, 금은방에 판매할 목적으로 금괴를 수입하는 만큼 관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법상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2억원 이상인 때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3년 이상의 징역형과 함께 벌금이 부과된다. 반면 통화가치 안정 등을 도모하기 위한 외국환거래법도 당국 허가 없이 귀금속을 수입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법정 최고형이 징역 3년에 불과한 데다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 없다.
검찰은 “법원이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고 하지만 관세법이 적용되는 다른 밀수 범죄와 비교할 때 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상고 의사를 밝혔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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