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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모래시계'와 '제5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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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모래시계'와 '제5공화국'

입력
2005.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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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떨고 있니?” 인기 연속극 ‘모래시계’가 남긴 명대사이다. 모래시계는 이 대사를 통해 계속 인구에 회자되지만 그 의미는 이 대사에 그치지 않는다. ‘모래시계’는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1980년 5월 광주를 다룸으로써 국민들에게 광주의 비극을 알리고 신군부의 부당성을 폭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실 백 권의 사회과학책보다 예술작품, 특히 대중예술작품의 영향력은 커서 이 드라마는 언론의 왜곡과 신군부의 조작으로 가려진 5월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주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모래시계’만이 아니다. 제 1공화국, 제 2공화국, 제 3공화국 등 시기를 따라 제작되어 온 한국 현대사에 대한 ‘공화국 시리즈’ 정치 드라마는 국민들이 잘 모르던 과거의 한국 현대 정치사를 생생하게 재현해 보여줌으로써 현대 한국 정치사에 대한 ‘국민 교과서’ 기능을 해 왔다.

특히 이들 드라마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정치사를 다룰 수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에 주로 이승만, 박정희 정권 등 과거 독재 정권 시기, 특히 군사독재 시기를 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들의 횡포가 생생하게 묘사되면서 군사독재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전엔 없던 전사모 현상

그러나 최근 상영되고 있는 ‘제 5공화국’은 과거의 드라마들과는 달리 오히려 신군부에 대한 향수와 긍정적 평가를 가져다 주고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부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전두환 역을 맡은 이덕화씨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에 힘입어 일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두환을 사모하는 모임(전사모)이 생기는 등 엉뚱하게도 전두환 신드롬이 생겨나는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작가가 전두환을 너무 좋게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생겨났고 그러자 작가는 스토리 전개가 5ㆍ18로 넘어가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대답대로 5ㆍ18, 그리고 삼청교육대 등 신군부의 잔인하고 반인권적인 만행이 폭로되면서 여론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전두환 지지자들이 생겨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일반 국민들의 반응도 이들의 만행에 분노하면서도 모래시계식의 분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는 결코 작가가 전두환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도, 이덕화씨가 너무 연기를 잘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우리는 ‘모래시계’, 그리고 과거의 정치 드라마들과 ‘제 5공화국’의 두 가지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 우선, 모래시계 등이 5ㆍ18등을 처음으로 다뤄 국민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깨는 데 기여했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접해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면역방어가 생긴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모래시계와 과거 정치 드라마들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도덕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개혁이라는 면에서도 국민들을 실망시키기 전에 이루어진 반면 이번 드라마는 어쨌든 박정희와 전두환의 대치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가 정책적으로, 그리고 특히 도덕적으로 줄줄이 죽을 쑤고 난 뒤에,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방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 실패가 부른 반작용

따라서 과거와 달리 드라마가 그 내용과 상관없이 박정희, 전두환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 평가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과거청산을 한다며 군사독재 세력의 치부를 까발려도 현재 국정을 잘 하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과거청산이 군사독재 세력에 대한 향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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