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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의 순진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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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의 순진한 발상

입력
200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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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의 중심에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규제를 강화하여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보다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어 투기꾼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였고, 총리는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5만 가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하였다. ‘소수의 투기꾼들의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으로 돌려주는 일’. 듣기만 해도 시원한 얘기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부 여당은 물론이거니와 야당도 뒤질세라 다주택 소유자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고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자는 등 투기와의 전쟁에 동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실효성 없는 부동산정책

그 방안 중의 하나가 3주택 소유자에 대해 탄력세율을 적용하여 이익의 82.5%를 세금으로 거두자는 것이다. 거래나 등록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동산거래에서 얻는 이익 모두를 투기꾼으로부터 거둬들여 국민들을 위해 쓰자는 획기적인 대책인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자기가 얻은 이익 전부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바칠 투기‘꾼’이 있다고 믿는 다면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이며, 아마도 전문가는 다 빠져나갈 것이 틀림없는 무용지물인 제도가 되고 말 것이다.

원가공개도 효과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의 기초 원리를 설명할 때 보석의 값을 흔히 예로 드는데, 다이아몬드가 비싼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서이기 때문이지 캐내는 원가가 많이 들어서가 아니다.

현재 국제유가가 치솟는 이유도 세계경제 호황으로 석유 수요는 늘어나는데, 중동 정세불안으로 공급은 제자리 걸음을 하기 때문이다. 유전에서 원유를 채취하는 생산단가가 올랐나 내렸나 하고 따지는 것은 고유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못 된다.

우리나라에는 ‘토지와 그 위에 세운 부동산에는 시장원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만 부동산에도 경제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세계적인 현실이다.

미국 경제가 좋아져 집값이 올랐으며 사회주의를 한다는 중국에서도 경제성장에 따라 부동산 값이 뛰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오피스텔이나 상가의 값이 지금 안 오르고 있는 것도 사업이 잘 안되어 수요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집값 안정을 이루려면 시장의 원리에 따라 공급을 늘이고 수요를 줄여야 한다. 재건축 규제완화, 신도시 개발, 강북 뉴 타운 개발, 중ㆍ대형 아파트 건설 확대 등 여러 가지 공급확대 방안들이 그 동안 제기되었지만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아마도 이와 같은 조치가 부동산 투기를 촉발하는 계기이자 그 원인이라고 인식한 탓일 것이다.

재건축을 허가하고 신도시를 개발하면 투기꾼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투기와의 전쟁에서 후퇴를 하게 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며, 그래서 지금도 공급확대에 대한 주장은 조심스럽고 위축된 채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실은 공급을 제한하거나 미루는 일이야 말로, 결과적으로 아파트 값이 올라가게 만들고 부동산에 투기를 한 사람들이 바라던 이익을 확실히 거두게 하는 길이다.

수요 쪽에서도 한정된 투기꾼들을 겨냥한 규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경제 원리에 충실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집값안정은 시장원리 따라

일찍이 케인즈는 돈을 가지는 중요한 목적중의 하나가 투기적 동기라고 하였다. 재테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주식이든 예금이든 아파트이든 가진 돈과 재산을 불리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은행 대출을 통하여 나간 돈이 넘쳐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 압력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면, 유동성에 대한 대책을 검토해야 하며 투기를 일삼는 꾼들만을 규제한다고 해서 아파트 값이 안정되기는 힘들 것이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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