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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적의 적은 우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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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적의 적은 우리편?

입력
200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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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의 종교 지도자들이 샌드라 데이 오코너 미국 대법관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알베르토 곤잘레스 현 법무장관을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인물이라고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대법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 진영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곤잘레스와 같은 경력과 가치를 지닌 누군가를 대법관 후보로 받아들이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지도자들이 내린 치명적인 결정에 제대로 맞설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 많은 혼란에 빠져 있다. 곤잘레스 법무장관의 역할에 대해 얼버무리는 것은 결국 거짓의 문화를 수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우리는 이 싸움의 결과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그 결과는 충분한 근성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과 당파적 이익보다 민주주의를 우선시하는 중도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에게 달려 있다.

곤잘레스는 자신을 지명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의중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려 보수 세력을 크게 실망시킨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이 아니다. 곤잘레스는 대통령의 권력을 가장 철저히 확대하고, 인권을 가장 철저히 모욕하는 일을 환영해 온 인물이다. 그는 또 제네바 협약을 “낡아빠지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치부했다.

그는 2002년에 ‘신문이 사망이나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유발하지 않았다면 고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 여러 정부 쪽 회의를 주재했고,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 군사법원에 기소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대통령령을 작성하기도 했다.

곤잘레스는 텍사스주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기업 이익을 편드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였다. 그는 몇 건의 소송을 앞두고 (딕 체니 부통령이 핵심 인사로 관여하던 에너지 기업) 핼리버튼 같은 회사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고, 일관되게 이들 기업 편을 들었다.

곤잘레스는 잠시 우익 진영에서 떨어져 나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진보 진영이 포용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어떤 싸움도 거치지 않고 그의 임명을 허락한다면 부시 정부는 윌리엄 렌퀴스트 자리에 진짜 보수 인사를 앉힘으로써 보수 진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곤잘레스에 도전해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그에게 종신직 대법관 자리를 주는 것이 왜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인지는 분명히 드러내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그와 이 정부가 대변하는 가치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적인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

우리가 이런 작업에 성공한다면 부시의 공화당원들이 단순히 극단주의라고 하는 모호한 관념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그 시민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고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약탈하는 구체적인 정책들에 사로잡힌 포로임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수 진영의 인사들은 대법관 후보와 같은 사안을 두고 그 동안 숱하게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여왔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그들은 자신들에게 최대의 권력을 안겨줄 사람을 뽑기 위해 다시 뭉칠 것이다.

이러한 일에서 배워야 할 점은 비난받아 마땅한 후보들에 대한 도전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폴 로브 미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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