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대결이 이례적으로 8월에 두 차례나 열릴 모양이다. 첫 번째 대결은 이 달 31일부터 개막되는 제2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 풀리그중 두 번째 경기로, 내달 4일 오후 8시 전주에서 열리는 12년 만의 남북대결(A매치)이다.
두 번째는 광복 60주년을 즈음해 성사될 ‘8.15 통일축구’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제안을 전하자 북측이 긍정적으로 답변을 했다고 한다.
통일축구라는 이름으로 남북 친선경기가 성사되면 2002년 9월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표팀(23세이하)의 경기 이후 3년 만이다. 스포츠가 남북 통일의 디딤돌이 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남녀 대표팀이 전주에서 경기를 벌인 뒤 10일쯤 뒤 서울에서 다시 대회를 갖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색하다. 게다가 17일에는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각 조 최종전(17일)이 열린다.
남측은 서울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불러 들여 경기를 벌여야 하고, 북한은 멀리 바레인까지 날아가 월드컵 최종전을 치러야 한다. 이미 독일월드컵 진출의 당락이 결정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무리한 일정임에 틀림없다.
올해 초 서울시는 경평축구 부활에 남북한 합의했다는 발표했다. 경기 주체인 대한축구협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입장이 한결 같다.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남북축구는 협회 차원이 아니라 정부 당국자간의 문제라는 코멘트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이 빼어난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통일축구를 바라보는 축구계의 시선을 곱지만은 않다. 국가 대표팀의 경기일정이 숨가쁘다 싶을 정도로 빡빡한 터에 정부가 협회와 사전 조율도 없이 새 경기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스포츠정신보다 정치논리에 지나치게 경도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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