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자들이 승객을 볼모로 파업을 하다니 말이 됩니까.”
부산으로 가기 위해 18일 김포공항을 찾은 김모(40ㆍ경기 동두천시)씨는 아시아나항공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조종사들이 생계비가 없어 파업하는 것도 아닐테고... 회사측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수단을 연결해주기는커녕 문자메시지 하나 달랑 보내고 끝이네요.”그는 꼭두새벽부터 서두른 끝에 대한항공 티켓을 겨우 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이틀째인 이날 김포공항은 평소보다 이용 승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불만을 토로하는 승객들의 원성으로 가득했고 대한항공 티켓이라도 구하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이었다.
아시아나항공 발권창구엔 ‘조종사 노조 파업으로 인하여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란 대형 플래카드와 ‘제주를 제외한 모든 노선이 결항됐다’는 전광판이 승객을 맞았다. 공항 전광판에 ‘결항’ 이란 문자가 뜰 때마다 승객들의 한숨소리는 높아졌다. 기다리다 지쳐 아예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하는 승객들도 눈에 띄웠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날 국내선 161편 중 절반 수준인 82편만 운항했다고 밝혔다. 전날 예약 탑승객 2,246명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결항 사실을 통보했다고는 하지만 공항에 나와 다른 항공편을 구하려던 승객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송모(31)씨는 여수행 아시아나 비행기가 결항했다는 통보를 받고 대한항공 티켓을 구해 우회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직항이 없어 광주를 거쳐 가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 5시간이나 손해를 봤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한 시민은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너무 하는 거 아니냐”며 조종사 파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항 통보를 받은 아시아나 승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대한항공 국내선은 ‘파업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발권창구의 한 직원은 “아시아나 승객들이 우리쪽으로 몰려 정신이 없다”며 승객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눈코 뜰새 없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11시 부산행 여객기의 탑승률이 지난 주보다 22.0%나 오른 93.3%를 기록하는 등 제주를 제외한 전체 국내선 탑승률이 23.3%나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티켓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새벽 부산에서 올라온 박모(37)씨는 “김해공항에서도 예약이 안되고 인터넷도 다운되는데다 전화도 불통이었다”며 “대한항공 티켓을 간신히 구했지만 5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속상해 했다.
정상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도 19일 호주행이 결항하는데다 파업이 계속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결항이 확대될 수 있어 대안이 없는 예약 승객들은 불안에 떨고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지만 파업이 길어져 국제선 조종사들까지 파업에 참여하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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