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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음식점 바깥에서 차례 기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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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음식점 바깥에서 차례 기다리기

입력
200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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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복날에 어느 삼계탕집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았다. 같은 삼계탕이라 하더라도 다른 집보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서 음식을 먹는 일은 언제나 이렇게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내가 사는 도시에도 주말이면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번호표를 주고, 순서가 되면 마이크로 번호를 부르는 칼국수집이 있다. 솔직히 다른 집보다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그 집 칼국수만 특별히 맛있게 느껴지는 건 음식점 바깥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때문이다.

그게 10분이든 20분이든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다들 조바심을 내며 오직 먹는 생각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집 주방에서도 음식을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겠지만, 바깥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역시 그 시간 동안 ‘맛있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 앞 중국집의 자장면 맛을 누구나 쉬 잊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가장 식욕이 왕성할 때이고, 자장면 내기 축구시합으로 이미 우리는 허기져 있으며, 곱빼기 20인분을 한꺼번에 시키다 보니 오직 한 생각으로 꼴까닥 침을 넘기며 음식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만만찮았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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