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집값 잡기 총력전을 펴고 있다.
8월에는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집값 안정 종합대책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탓에 논의 단계에서부터 벌써 각양각색의 해법과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일보는 17일 ‘집값 이렇게 잡자’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을 초청해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부동산 세제 보완
▦이선근 본부장
부동산 과표를 현실화하고, 부동산 부자에 대해 중과세를 해 조세 형평성을 꾀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는 자칫 조세 저항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따라서 종부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가격에 비해 세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차세를 대폭 낮추는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강남에 십 수년 전부터 살아온 원주민 가운데는 집값만 뛰었지 사실상 서민 수준의 생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억울하게 종부세 대상이 된 사람들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현아 부연구위원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세 부담을 느끼게 되는 점은 문제다. 세금 부담이 늘면 당장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내수 침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 대안으로 이 본부장이 제안한 자동차세 인하 등 다른 분야에서의 감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양도세의 경우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집을 소유하고 있는 동안 높은 보유세를 내고, 이 자산을 처분할 때 다시 한번 중과세를 한다면 ‘동일 재산에 대한 이중 과세’라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실거래가 파악을 위해 고가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불가피하지만 10년 이상 살아 투기 목적이 없다고 판단되면 고가 주택이라도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양도세 감면을 해줘야 한다.
또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는 교체 수요에 대해서도 실수요 목적이라면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정의철 교수
보유세를 높여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종부세 강화와 함께 다른 분야의 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은 신중히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고가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세를 하고 실제 주거 목적의 수요자들에게는 공제 범위를 늘려 세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평형을 늘려 좀 더 고가의 집으로 이사 가려는 수요에 대해서는 양도 차익이 나도 새로 산 집의 가격을 고려해 양도세를 낮춰줘야 한다.
양도세율이 갑자기 높아지면 집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중대형 평형이나 고가 주택은 가능한 나중에 팔려 할 것이다.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양도세 인상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시장의 목소리
▦정 교수
모든 정책은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모든 제도가 일관성 있게 구축돼야 시장이 그 제도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냉온탕식의 들쭉날쭉한 정책은 시장 혼선만 가중시킨다. 또 대책에 대한 면역력만 키운다.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공급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 ‘수도권에 몇 가구를 짓겠다’는 식의 대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공급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대책을 시장은 원한다
▦김 위원
부동산 가격 급등의 이유를 투기에만 국한하는 정부의 판단은 옳지 않다. 교통이 좋거나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곳은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자연스레 오르는 법이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주거 면적을 늘리려는 욕구도 늘어난다. 더 쾌적한 곳에 살려는 욕구가 인기 지역의 주택가격을 상승시킨 요인이다. 이는 투기 때문이 아니다.
▦이 본부장
주택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임대료다. 임대료가 투기적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해도 임대 수익분이 대출 이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투기적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임대료에 대한 세제 부과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세입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 임대료 폭등을 막아줄 필요가 있다.
서민 주거안정 대책
▦김 위원
정부가 임대주택을 직접 지어 공급하는 것 외에 무주택자들에게 임대료를 직접 보조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임대료 보조 방안은 임대주택 건설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간 정부는 임대주택의 경우 공급에만 힘을 쏟아 왔는데 그것은 투자하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린벨트 뿐만 아니라 도심 내부에도 일반 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짓는 것도 필요하다.
▦이 본부장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서민층 주거안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직접 주택을 소유하고 서민들에게 임대를 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공공 임대주택의 20% 가량은 국가가 직접 소유해야 한다. 그래야 집값이 폭등할 때도 정부가 충격 흡수 역할을 할 수 있다. 임대 시장이 안정되면 당연히 주택 구입 욕구도 줄어들 것이다.
▦정 교수
공공소유의 임대주택이 훨씬 많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임대주택 재고가 충분치 않으면 임대료는 계속 오르게 되고 서민층 주거 안정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서민층 임대주택도 양적인 측면에만 의미를 두지 말고 질적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임대주택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는 일반 주택에 비해 임대주택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대 주택도 일반 분양 아파트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임대주택을 못 마땅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김 위원
시장 거래를 동결시키는 무리한 투기 억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양도세가 지나치게 부과되면 매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격도 현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거래의 숨통을 터줘야 가격도 내려간다.
앞서 말한대로 취득ㆍ등록세 인하도 필요하다. 실수요자라면 고가주택 소유자라도 양도세를 일정 수준 감면해주는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 등에게는 양도세 인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것이란 사인이 시장에 전달돼야 한다.
개발 정책도 신중을 기해 발표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청약통장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저소득층에게만 청약통장 가입 자격을 주고 이들만을 위한 별도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게 하면 서민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정 교수
임대소득세를 새로 제정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임대소득세가 만들어지면 다주택자들이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는 동안 전ㆍ월세에 대해 정부가 소득세의 일환으로 임대 이익을 환수해 가는 효과가 있다.
임대소득세를 제정하고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부분은 다소 완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단행하는 것을 정부가 신중히 고려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1%)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보유세가 급격히 오르면 보유세가 임대료에 전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시장 마저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
▦이 본부장
조세 문제는 조세 문제 그 자체로 봐야 할 부분이지 투기 억제를 위해 조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잘못이다.
주택공사나 토지공사 등 정부 산하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독ㆍ과점 형태로 택지를 공급하는 현 택지공급 제도도 앞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부동산 조세의 틀을 바로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늘어난 세금이 매매가와 전세가로 전가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우려가 있다. 세금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끊을 수 있는 대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이 민간 건설사의 먹이감이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번 기회에 국민주택기금 운영 규칙을 확실히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서민층 주거비 보조에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려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
▦정 교수
공공이든 민간이든 분양원가 공개는 필요하지 않다. 분양 이익에 대해 법인세가 부과되므로 굳이 원가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
최근 분양가 폭리 등에 대한 문제는 회계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라는 차원에서 원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기업의 비밀 사항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분양가가 떨어지고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고 珝▤求?데 그와 관련한 통계학적 근거는 없다.
▦김 위원
똑같은 주택을 지어도 주택은 원가산정을 표준화하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 건설 단가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갖춰져 일정 수준의 원가 산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주공 등이 각 단지에 대해 평균 건축 단가를 계속 공시한다면 원가공개를 하지 않고서도 사실상 원가공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본부장
공공택지의 경우 원가연동제와 연계해 공공이나 민간 부문 모두 도입돼야 한다.
원가공개는 주택시장의 불투명성을 상당 수준 없애줄 것이다. 또 국가는 주택공급이 가능한 곳에 적정 수준의 국유지를 확보해 주택공급을 조절함으로써 시장 가격 조절에도 활용해야 한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정리=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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