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인권ㆍ환경ㆍ반전 등 주요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정치사찰을 벌인 의혹에 휘말렸다.
18일 미 언론들은 FBI가 주요 NGO에 대한 파일을 별도 관리해온 사실을 법무부가 인정,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FBI는 9ㆍ11을 전후한 시점부터 특별팀을 구성해 관련 개인과 단체들을 인터뷰하거나 인터넷 모니터를 통해 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은 조지 W 부시 정부와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150여 단체들로 파악됐다.
감시리스트에 포함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불법 정치사찰”이라며 사찰대상 및 배경, 파일 내용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FBI 파일 중 그린피스에 관한 내용은 무려 2,383쪽, ACLU는 1,173쪽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법무부 지침을 준수해 위법행위는 없었다”면서도 파일내용은 공개치 않고 있다.
FBI가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합법기구에 사찰을 한 사실이 소송에서 인정되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는 “NGO들이 이번 문제를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정치권을 사찰한 1960년대 FBI에 빗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FBI의 대 테러 활동은 합법적인 시민불복종과 폭력ㆍ테러를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도 정보수집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린피스는 “부시 정부는 평화적 비판가들을 억압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한 전과가 있다”며 “FBI의 사찰은 비판의 목소리를 질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 NGO들에 대한 보수진영의 견제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한다. 부시 정부는 NGO들이 정치외곽에서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ngowatch.org’를 운영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 등을 통해 ‘NGO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ACLU는 부시 정부의 대 테러 정책비판을 주도하는 진보적 시민단체로, 관타나모 수감자 학대 비밀문서 공개, 성조기 훼손 처벌법 반대를 이끌었다. 그린피스 역시 부시 정부의 대테러 전쟁과 환경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왔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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