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회담 개막을 앞둔 북한의 최근 행보는 다분히 전략적이다. 북미접촉과 동시에 남북 당국간 회담을 재개했는가 하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직후에는 백두산을 개방했다. 북미간 트랙과 남북간 트랙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장기적 차원의 대외개방을 염두에 두고 대남, 대미관계 개선을 통해 변화를 꾀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5월 이후 북한의 숨가쁜 행보에서는 계산된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은 5월 초 뉴욕에서 올해 첫 북미접촉을 갖는 동시에 남측의 차관급 당국자회담 재개 요구에 응했다. 6ㆍ17 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월 중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한 이후 북한은 6월말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또 9일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한 뒤 1주일 만에 백두산 시범관광 실시를 약속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대남, 대미관계가 함께 진전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고 두 관계를 동시에 진전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이는 북한의 과거 경험에서 기인한다. 북한은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2002년 말 2차 핵 위기로 대미관계가 악화하면서 실리 챙기기에 실패했다. 2002년 7월 야심차게 시작했던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한 경제개혁도 대외관계 개선이 없는 탓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제 이념, 정치체제, 군사전략 등 체제 문제를 제외한 경제 사회분야 전반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근본적 변화가 아닌 체제 강화를 위한 정책적 변화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략적 행보는 체제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최대한 실리를 챙기겠다는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관건은 6자회담이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다자간 안전보장 틀과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핵 개발 포기에 대한 가시적 결과를 내놓지 않으려 한다면 한계는 뚜렷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략적 선회를 시작했다”며 일단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반도는 지금 항공모함 위에 있는 형국이다. 항공모함이 방향을 선회하고 있지만 갑판 위의 일반인들은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그제서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 국면을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의 전략적 선택으로 한반도 정세에 대변화가 시작된 징후가 농후하다는 설명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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