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의 골격이 드러나면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은 통합형 논술고사가 본고사 부활을 의미하며 특목고에 유리한 방안으로 사교육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대는 특기자 전형과 지역균형선발을 대폭 확대했는데 논술 강화만을 놓고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대 입시안의 핵심적인 문제는 시험점수 위주의 ‘입시’에서 교과ㆍ비교과 학교생활기록과 특기(전공적성)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전형’으로 전환하고자 한 새 대입제도의 철학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새 대입 제도의 목표는 21세기형 ‘새로운 개념의 우수학생’을 선발하는데 있다. 인재의 의미와 내용은 시공을 초월하여 많은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산업화 시대의 인재와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의 인재는 요구되는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
그렇다면 지식기반형 학업성취와 다양한 소질ㆍ재능ㆍ적성의 계발을 위하여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바로 ‘책임을 전제한 운영의 자율화’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이제 공은 서울대로 넘어갔다. 지금쯤이라면 모두들 새 대입제도의 정착을 위한 길이 통합형 논술고사가 본고사 부활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챘을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 같은 소모적인 일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들이 만든 정책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학은 전공적성 반영비중을 더욱 높이고 입학프로그램의 타당성을 높이는 일에 나서야 한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논술의 비중을 낮추고, 교과ㆍ비교과 학교생활기록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다. 특기자전형의 비율만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조속히 도입하여 각 전형의 취지를 살리는 일에 힘써야 한다.
서울대가 우리 교육현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라면 이런 논란이 아예 일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의 반응을 보면서 ‘보스는 비난을 모면하려고 하고, 리더는 실수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다’ 는 글귀가 떠올랐다.
무한경쟁을 통해서만 교육경쟁력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고교와 대학은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하여 상호 이해와 협조의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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