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 3관왕 출신의 이미나가 데뷔 첫해 미국 그린에 태극기를 꽂았다.
이미나는 18일(한국시각)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해먼드플레인스의 글렌아버코스(파72ㆍ6,544야드)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BMO캐나다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때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캐서린 헐(호주ㆍ280타)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올 들어 두차례 준우승(코닝클래식, HSBC여자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하면서 새 강자로 급부상한 이미나는 이로써 LPGA투어 데뷔 첫해 16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랭킹도 우승상금이 19만5,000달러 늘어나면서 7위(64만3,933달러)로 급상승했다. 특히 청주 상당고 동기동창인 김주연(KTF)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지 3주만에 또다시 우승을 일궈 기쁨이 배가됐다.
3일 내내 선두를 달린 재니스 무디(스코틀랜드)에 3타 뒤진 공동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미나는 무디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부지런히 타수를 줄여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했다.
13번홀까지 버디만 4개를 잡으며 무디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이미나는 14번(파5),15번홀(파4) 연속 보기로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는 듯 했다. 그러나 16번홀(파4)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았고, 경쟁 선수들은 타수를 까먹어 우승컵을 안았다. 선두를 빼앗긴 뒤 1타차로 뒤쫓던 무디는 18번홀(파4)에서 연장전을 노렸으나 더블보기를 범하며 무릎을 꿇었다. 정일미(기가골프)는 이븐파를 쳐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3위에 올라 미국 진출 이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 이미나, 한국서 신인·다승·상금왕 휩쓸어
이미나(24)의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18일 시상식에서 직접 작성한 영어 원고를 읽으며 챔피언 스피치를 했듯이 그는 ‘준비된 챔피언’이었다.
전주 성심여중 2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이미나는 2002년 아마추어로 출전한 스포츠토토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2003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그 해 8월 아워스몰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첫 우승을 따낸 뒤 각종 대회를 휩쓸며 신인왕과 다승왕, 상금왕을 꿰차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신인이 상금왕과 다승왕을 차지한 것은 1996년 박세리(CJ) 이후 사상 두번째여서 박세리와 김미현의 뒤를 이을 대형 스타란 찬사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런 영광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는 통하지 않았다. 지난해 LPGA 2부투어에 도전해 ‘톱10’에 두차례 진입했지만 상금순위는 23위에 그쳐 결국 포기했다. 방향을 틀어 퀄리파잉스쿨에 나선 이미나는 겨우 25위로 전경기 출전권을 따내는데 만족했다. 국내 기업의 후원 없이 힘겹게 나홀로 투어생활을 해서인지 어렵게 출발한 LPGA무대에서도 초반 9개 대회에서 6번 컷오프 되는 등 ‘한국 상금왕’의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이미나는 날이 갈수록 LPGA투어에 빠르게 적응했고 결국 10번째 대회인 코닝클래식에서 준우승에 오르며 ‘왕년의 실력’을 되찾았다. 이어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20위에 올라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한 그는 우승상금이 50만달러가 걸렸던 특급 이벤트 HSBC여자월드매치챔피언십에서 준우승, 30만달러를 챙겨 상금랭킹 13위로 급상승한 여세를 몰아 정상까지 정복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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