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현관 나리타(成田) 공항은 근 40년 만에 완성될 수 있을까. 일본 정부는 15일 농민 지주들의 토지 수용협상 거부로 사실상 축소 운영해 온 나리타 공항의 제2활주로 확장공사를 이르면 이 달 안에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나리타 공항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농민들이 버티고 있는 지역의 반대편으로 활주로 확장을 강행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이번 방안은 당초 계획보다 공사기간(6년)과 건설비(330억엔)가 2배 가까이 더 소요되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나리타 공항에는 길이 4,000㎙의 제1활주로와 2,180㎙의 제2 잠정 활주로가 있다. 1986년 착공한 제2활주로는 당초 2,500㎙의 길이로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지주들의 거부로 지연되다 2002년 축구 한일월드컵의 개최를 앞두고 길이를 줄여 만든 활주로를 잠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길이 때문에 제2활주로에는 대형 항공기가 이ㆍ착륙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 계속돼 왔다.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은 지바(千葉)현 등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열악한 나리타 공항의 문제는 국가적인 현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실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전후 일본 최악의 반체제 운동을 촉발한 ‘나리타 공항 문제’는 표면적이나마 해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1966년 일본 내각이 나리타 공항 건설계획을 확정하자 지역의 1,000세대 3,000여명의 농민들이 반대투쟁을 시작했다. 문제는 당시 ‘안보파동’ 분위기에 편승해 일본 좌익세력이 이에 가담한 것. 건설반대 투쟁에는 공산당이 참여했을 뿐 아니라, 적군파까지 가세해 극한 투쟁을 벌였다. 일부 세력은 사제무기로 경찰을 공격해 71년에는 경찰관 3명이, 77년에는 반대파 농민이 사망했고 88년까지 약 3,000여명이 체포됐다.
일본 정부는 결국 78년 제1활주로만 완성한 채 나리타 공항 개항했다. 그 뒤 86년 다시 제2활주로 건설 위한 제2기 공사에 착수했지만, 끝까지 토지 수용을 거부한 농민들과 또 충돌해 91년 토지 강제수용 포기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제2활주로도 지주의 동의 하에 건설한다고 약속한 뒤 협상을 장기화하는 지공책을 펼쳤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을 맞아 공항 수요가 급증하자 다시 지주들의 동의 없이 잠정 활주로 만들었고, 이번에는 아예 활주로 확장을 완공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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