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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 시대/ 청주~ 제주 9만원대에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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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 시대/ 청주~ 제주 9만원대에 다녀온다

입력
2005.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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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왕복 9만원대.’

저가(低價)항공 시대가 열린다. 올들어 충북 청주시, 제주도에서 저가 항공사가 잇따라 출범한데 이어 8월 중순이면 청주~제주 노선에서 저가 항공기가 첫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부 자치단체는 침체된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저가 민항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항공기 요금은 기존 항공료의 70%선으로 치열한 가격 경쟁에 따른 항공의 대중화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양대 민항 체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과 함께 서비스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방공항에 둥지트는 저가 항공사

국내 저가 항공의 선구자는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한성항공(대표 한우봉). 3월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얻은 한성항공은 지난 2일 프랑스에서 제 1호기(ATR-72기종)를 도입했다.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자회사인 ATR사가 제작한 중형항공기로 제트엔진에 프로펠러를 장착한 터보프롭형이다. 원래 72인승인데 승객 편의를 위해 66인승으로 개조됐다.

한성항공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첫 비행을 위해 조종사와 정비사들에 대한 태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곧 시험 운항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회사 운항승무팀 김인한(43)기장은 “국내 최초로 저가 항공기를 운항한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9명의 베테랑 조종사들이 30여 차례의 시험 운항을 했기 때문에 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성항공은 2008년까지 5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해 다른 국내노선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국제 노선 전세기 운항 등으로 사업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제주도가 50억원, 애경그룹이 150억원을 출자, 민ㆍ관합작으로 설립된 ㈜제주에어(대표 주상길)도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Q400기종(74인승)을 도입하기로 계약한 제주에어는 이달들어 건설교통부에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신청한데 이어 10월께 조종사, 승무원 등 250명의 인력 채용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에어는 내년 5~10월 사이 항공기 5대를 들여와 제주~서울, 부산과 서울~양양, 서울~부산 등 4개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이 항공사는 국내 노선 운항이 정착할 경우 일본이나 중국 등 단거리 국제노선 운항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최근 지역에 기반을 둔 신라항공이 제안한 민ㆍ관 합작형 저가 항공사 설립안에 대해 사업성 검토를 벌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70~100인승의 중형항공기를 도입해 도내 공항을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울진, 예천 등 개점 휴업중인 지방공항과 관광경기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돼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전북 군산시는 군산공항을 활용한 단거리 항공 운항사업을 추진중이다. 시는 지역 기업과 여행사 등 5,6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통해 지방항공사를 설립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치열한 요금경쟁 불가피

한성항공은 청주~제주 노선 요금을 기존 항공료의 60~70%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현재 이 노선의 운임은 편도기준 주말 7만 8,400원, 주중 6만 8,400원. 하지만 저가 항공기가 뜨면 4만~5만원대로 뚝 떨어진다. 주말 왕복 15만원대인 요금이 10만원대로, 주중에는 9만원대에 제주를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성항공은 “경항공기의 최대 무기인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위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불필요한 서비스 요금 등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에어도 비슷한 수준의 항공료를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에어는 단거리 국제노선 운항도 적극 검토중이어서 기존 항공사와의 가격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가항공 순항은 지켜봐야

요금이 싼 항공기 운항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저가 항공사가 각종 서비스 측면에서 기존 항공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시장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좌석 사전 배정 서비스, 고급 기내 서비스 등에 익숙한 국내 고객들이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가 항공기에 대해 쉽게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저가 항공기의 실제 비행시간이 1시간 안팎에 불과해 서비스가 비행기를 선택하는데 주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대 항공운항과 송병훈(47)교수는 “세계적 추세인 저가 항공사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국내 항공산업의 패턴에 변화를 준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자금력과 운영기술 등이 부족해 조기에 정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 세계 저가항공 현황

저가 항공사가 세계 하늘 시장을 점령하고 나섰다. 유럽과 미국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저가 항공은 지난해 아시아ㆍ대양주에서만 7개사가 합세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수직상승 중이다. 또 미국 9ㆍ11 테러 이후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 항공사도 항공료를 대폭 할인하는 상품을 내놓는 등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저가 항공사가 활성화 한 유럽은 현재 60여개사가 영업중이며, 시장 점유율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유럽저가항공연합(ELFAA)은 올해 유럽지역 저가항공 이용객은 지난해 4,700만명보다 70% 급증한 8,0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이태리, 스페인, 체코, 독일, 포르투칼 등 유럽 각국의 저가 항공사는 특정 도시를 베이스 공항으로 지정하고, 인근 국가 또는 유럽 전역을 운항중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터넷 예약은 기본이며, 항공권도 인터넷으로 발권하고 있다.

미국 저가 항공 시장의 개척자는 사우스웨스트. 1971년 설립돼 30여년간 꾸준히 저가 항공 시장을 공략해 현재 미국에서 네번째 규모의 항공사로 성장했다. 이밖에 제트블루, 에어트랜, 아메리카 웨스트 등이 미국의 저가 항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2년부터 대부분의 메이저 회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을 때 이들 저가 항공사는 흑자를 기록했다.

아시아ㆍ대양주에서는 일본의 JAL EXPRESS가 1988년 처음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호주 4개사, 태국 4개사를 비롯, 뉴질랜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20여개 항공사가 영업중이며 10여개사는 설립추진중이다. 중국은 싱가포르 항공장비 공급업체와 저가 항공사가 합작 설립했으며, 내년부터 중국내 주요도시를 운항할 예정이다.

세계 유수의 한 투자 전문기관은 “저가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업체 난립 및 메이저사의 신상품 개발 등 경쟁이 심화돼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한성항공 사장 한우봉

“비행기 여행이 버스타는 것처럼 간편해지는 날이 곧 올 겁니다.”

국내 최초로 저가 민항시대를 여는 ㈜한성한공 한우봉(50)사장은 저가 항공기를 중소 기업에 빗댔다.

“몸집이 작아 위기 대응 능력이 좋고 업종 전환도 빠르죠. 시간대별로 빠르고 탄력있게 운항을 조정할 수 있다면 그만큼 승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만족도도 높여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저가 항공기는 이착륙 거리가 짧아 활주로가 길지 않은 국내 지방공항 운항에 적합하다”는 그는 “기존 대형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노선을 적극 개척해 틈새시장을 노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여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 몸담았던 그는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는 매년 국내 노선에서 약 700억~1,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저가 항공이 승객이 적은 노선을 맡게 되면 양대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는 경쟁 상대라 아니라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보완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며 “국내 항공업계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저가항공을 통한 새 경영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항공이 이번에 도입한 중형 항공기의 안전성에 대해 그는 “전세계 120여개 항공사에 800여대가 보급돼있을 정도로 안전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입 기종은 글라이더로 설계돼 무동력 상태에서도 상당기간 활공이 가능해 오히려 일반 제트 항공기보다 안전하다”며 “날개가 동체 윗부분에 부착(하이윙)돼있어 외부 경관을 훤하게 볼 수 있는 잇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5년안에 여객기 10대 가량을 갖춰 국제 노선도 개발하고 여객은 물론 화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제 3민항 수준까지 회사를 키우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찬 계획이다.

한 사장은 한국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뒤 1980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줄곧 여객영업을 담당하다 1992년 아시아나 항공으로 옮겨 미국 디트로이트, 호주 시드니 지점장 등을 지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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