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활발히 논의중인 ‘한국형 근로소득보전제도(EITCㆍ Earned Income Tax Credit)는 근로 빈곤층에 대한 정책의 일대 전환을 가져오는 것으로 우리가 직면한 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EITC는 정부가 일을 하는 빈곤층에게 근로소득의 일정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획기적인 지원책이라 할만 하다. 근로소득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원천징수당한 세금을 되돌려 받는다는 점에서는 연말정산과 비슷하지만 세금을 부과할 수 없을 정도로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는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것이어서 저소득층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책이라 할 만하다.
EITC는 원래 1975년 미국에서 도입한 제도로 근로빈곤층에게 자기가 열심히 일을 해서 번 소득의 일정 비율에 대하여 세액 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EITC 세액 공제가 세 부담보다 클 경우 그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근로빈곤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원대책으로 자리잡았다. 정부의 지원을 일하는 빈곤층에 한정하여 조세 제도를 통해 선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면서 근로빈곤층의 자활ㆍ자립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이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거시경제환경을 짚어보자.
첫째, 우리 경제는 과거의 고도성장에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근 정부는 금년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에서 4% 내외로 하향 조정하였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도 4%에서 3.8%로 하향 조정하였다.
둘째,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이다. 우리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는 자연히 의료, 연금, 공공부조 등 사회복지 예산의 급속한 증가를 수반하며, 저출산 문제와 병행하여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이다.
셋째, 차이나 쇼크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경제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넷째, 세수 기반의 악화이다.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국가 간 조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율 인하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으로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증가하면서 세수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현상을 요약하면 결국 쓸 곳은 많은데 거두어 들일 곳은 적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최근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수요와 욕구가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나라 살림살이가 걱정된다.
EITC 도입의 주 목적은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 보전과 근로유인 제고이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확실할 소득 파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근로소득자의 경우도 소득 파악률이 낮아 조세는 물론이고 사회복지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왜냐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 공공부조 제도의 비효율성 등 제반 문제가 결국 소득 파악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소득 파악은 조세정의뿐만 아니라 4대 사회보험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되는 핵심이다.
기존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도 어려운데 우리 사회에 전혀 생소한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모두 사심을 버리고 과연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제도인지, 앞으로 제도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도입이 타당하다면 언제 도입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 요인, 부처별 이해득실, 정치적 의도 등은 접어두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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