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대형 승용차(세단) ‘파이브헌드레드’는 무엇이 미국차의 저력인 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최근 회사채 신용도가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포드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을 엿보게 하는 차가 바로 ‘파이브헌드레드’다.
무엇보다 미국인의 실용주의를 강조한 감에서 따라올 차가 많지 않다. ‘파이브헌드레드’의 트렁크는 골프백을 무려 8개나 실을 수 있는 600ℓ에 달한다. 골프백 4개를 싣기도 버거운 일반 승용차의 2배 수준이다.
항상 비좁은 트렁크 때문에 고민해야 했던 가족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승용차의 실용성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준으로 올려놓은 차라 할 수 있다.
트렁크만 넓은 게 아니다.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차 길이 5,100㎜, 차 폭 1,895㎜, 차 높이 1,530㎜는 현대차 에쿠스보다는 작지만 그랜저보다 훨씬 길고 넓고 높다. 그러나 실제로 차 안에 앉으면 에쿠스보다도 더 크다는 느낌이 든다. 의자가 높고 전방 시야가 탁 트이도록 설계한 덕이다.
차체가 크면 성능과 연비는 좀 떨어지지 않을까. 기우다. 배기량 3,000㏄의 뉴 V6 3.0 듀라텍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 파워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며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특히 연비가 이 정도 크기의 수입 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ℓ당 9.1㎞에 달해 경제성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파이브헌드레드’의 가장 큰 경쟁력은 3,880만원에 불과한 가격이다. 배기량이 같은 다른 수입 브랜드가 6,000만~1억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혁명이나 마찬가지다. 창립자 헨리 포드가 1908년 ‘모델-T’를 당시 다른 승용차의 반값에 내 놓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주차장이 좁은 우리나라에선 지나치게 큰 차체가 부담스러울 때도 없지 않다. 또 순간 가속력이 경쟁차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는 탓에 추월시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산차와 비교해도 결코 높지 않은 가격대는 역시 매력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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