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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즐거운 기획전' 풍성/ 미술아!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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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즐거운 기획전' 풍성/ 미술아! 놀~자~

입력
2005.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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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화랑가에 놀이와 유머가 넘친다. 초등학교 방학시즌에 맞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이 직접 만들고 그리고 놀면서 미술의 즐거움에 푹 빠져보는 기획전이 풍성하다. 예술의 유희성에 주목하고 관객을 주인공으로 모시는 전시회들이다. 어린이들은 흥미진진한 놀이를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만 의미 있는 전시회는 아니다. 이런 전시회들은 일반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미술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키우는 훌륭한 기회가 된다.

▦ 무료해 보이는 신사가 한 술집에 들어간다. 술집 이름은 ‘쿤스트바(예술바)’. 메뉴 판에는 고흐, 샤갈,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의 예술가 이름이 쭉 올려져있다. 신사는 ‘고흐’라는 이름의 술을 주문해 마신다. 그 다음은? 귀가 뚝 잘려져나간다! (한쪽 귀를 잘라 붕대를 칭칭감은 고흐의 ‘자화상’을 떠올려 보시라.)

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비틀어 놓은 애니메이션 ‘쿤스트바’(스티브 화이트하우스)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3일부터 열리는 ‘미술과 놀이-펀스터즈’전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예술은 놀이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미술과 놀이전은 예술의전당이 유일하게 관람수익만으로 전시를 꾸리는 인기상품이다. 방학특수를 겨냥하지만 단지 어린이용 전시는 아니다. 기획자인 감윤조 학예사는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비장미에서 희극미로 무게추를 옮겨가고 있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말한다.

전시는 관객과 작품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함께 놀거나 움직이는 동양화나 화려한 네온과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판화 등을 통해 시각적 유희를 즐긴다. 관객은 터치스크린으로 거리의 악사 연주를 직접 선택해 듣거나(앨 맥킨즈), 대통령의 얼굴이 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등 다음 대권주자들의 얼굴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안광준), 망치와 스패너 등 공고처럼 생긴 귀마개 작품을 직접 착용해볼 수도 있다(김경화).

회화 조각 설치 영상미술 등 모두 150여점이 8월 21일까지 전시된다. 입장료 일반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02)580-1515 www.sac.or.kr

▦ 금호미술관에서 15일부터 열린 ‘지필묵 놀이미술관- 어린이를 위한 우리 그림전’은 어린이용 전시로는 드물게 한국화를 전시주제로 삼았다. 어렵고 고루하게 느껴지는 한국화, 혹은 동양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깰 만큼 탄탄한 기획이 돋보인다.

실제 산의 웅장한 덩어리감을 입체로 표현한 입체산수(김보희)나 공사장에 널린 철사를 마치 사군자처럼 찍은 사진작업(김학량), 화투에 대한 발랄한 패러디(서은애) 등은 우리 그림의 표현영역이 단순히 종이에 한정돼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다시 태어난 동양화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숲속 만찬의 풍경을 추상적을 표현한 것이나(유근택), 도시의 외로운 새를 주인공으로 만든 서정성이 넘치는 수묵영상(홍지윤)은 동양의 소재가 서양의 기술을 만나 빗어내는 참신한 매력을 선보인다.

미술관은 어린이들이 부채 위에 직접 한국화를 그려보는 워크샵에 참가하고 민화 속 호랑이와 숨바꼭질을 하며 뛰노는 ‘지필묵 놀이터’도 마련, 작품 감상과 체험이 함께 하는 전시로 꾸몄다. 8월 23일까지, 일반 및 어린이 5,000원, 워크샵 참가비 3,000원. (02)720-5114 www.kumhomuseum.com

▦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22일부터 열리는 여름방학 특별전 ‘Go! Go! 신나는 미술천국’은 모두 200여 점에 이르는 오브제 아트를 통해 일상과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흔히 보는 과자봉지 구슬 자동차타이어 쌀 국수 스펀지 등이 환상적인 소파로 변하고(조성묵), 유명배우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이동재).

놀이와 교육에 초점을 맞춰 6층 전시장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로 꾸며지며, ‘미술천국 패션쇼’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고 사진을 찍는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8월21일까지 계속되는데, 8월부터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참가하는 미술치료 강좌도 마련된다. 입장료 5,000원. (02)736-1020 www.ganaart.com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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