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의 한류(韓流)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16일 “한국의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이 미국과 일본의 투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부모의 극성 때문이며, 가족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프로무대에 진출, 8승을 기록한 고우순(41) 선수의 말을 전하는 형식으로 된 이 기사는 내용이 상당부분 악의적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산케이는 기사에서 “딸에게 골프를 시킨 것을 투자라고 여기는 한국 부모들은 연습장에 달라붙어 화장실 외에는 못 가도록 감시하거나, 퍼팅을 잘못하면 밥을 굶기는 사례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에선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미국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뒤 부모들이 ‘내일의 박세리’를 목표로 딸에게 골프를 시키는 바람에 연간 2,000명씩 주니어골퍼가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의 골프장은 200개 퍼블릭코스를 포함해 회원제가 300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예약이 어렵고, 어린이도 한번 라운딩 요금이 2만5,000~3만엔(한화 약 30만원)이다.
프로의 레슨을 받으면 한 달에 50만엔 이상이 든다. 골프하기가 어려워 부모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단련하고, 아이들은 부모가 무서워 열심히 연습한다. 부모들은 미국투어(LPGA)를 노린다. 한국에서는 LPGA 경기를 일주일에 나흘씩 생중계하기 때문에 기업스폰서가 잘 붙는다.
박세리의 절정기에는 한 기업이 5년간 3억엔에 달하는 지원을 했다. 여러 사정으로 미국에 가지 못한 선수는 일본대회에 출전한다.
산케이는 “한국 부모들은 기업에 딸을 세일즈 하고 미국에 따라가서 주거비, 대회비용 등에 돈을 쓴다”면서 “딸은 프로가 된 순간 가족을 부양할 의무가 생긴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박세리 박지은 선수 등이 최근 부진한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명성과 돈을 얻고 난 뒤 문득 돌아보면, 자기 인생에 골프 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남자와 사귀고 싶어도 부모가 반대한다. 그래서 머리도 마음도 지금 패닉(대혼란)에 빠져 있다. 심지어 결혼해도 버는 돈의 절반은 내놓아라는 요구를 부모에게 받는 선수도 있다.” 산케이는 고우순 선수가 이 같은 사정을 전해주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여자골프계에서 한국인 가족은 금지된 연습장에 들어가거나 사람들 앞에서 딸을 때려 백안시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모두 투자한 것 이상의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부모들의 과열된 분위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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