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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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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통령

입력
2005.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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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들었음 직한 옛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옛날에 시어머니가 어찌나 고약하게 굴었던지 며느리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사사건건 트집이고 야단을 쳐서 시어머니 목소리나 얼굴만 생각해도 숨 막힐 지경이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이야기를 들은 무당은 시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며느리가 인절미라고 대답하자 무당은 백일동안 하루도 빼지 말고 인절미를 만들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드리면 백일 후 시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했다. 신이 난 며느리는 찹쌀을 정성껏 씻어 인절미를 만들어 시어머니께 드렸다.

- 시어머니 죽이기 옛날 이야기

시어머니는 처음에는 "이 년이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난리야?” 했지만 며느리는 아무 대꾸도 없이 계속 인절미를 올렸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매일 인절미를 바치자 미운 마음이 조금씩 풀어져 야단치는 일도 줄어들었다. 두 달이 넘자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행동에 감동되어 구박하는 대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석 달이 다 되어가자 며느리는 자신을 욕하기는커녕 칭찬하고 웃는 낯으로 대해주는 시어머니를 죽이려 한 자신이 무서웠고 이런 시어머니가 정말 죽을까 겁이 났다.

며느리는 급히 무당에게 달려가 “내가 잘못 생각했으니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는 방도를 알려주면 있는 돈을 다 주겠다”며 눈물로 애걸했다. 그러자 무당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마뜩찮게 여기는 사람들의 심사가 여간 불편한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대국민 서신 형태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시작으로 네 차례에 걸쳐 대통령이 직접 글을 띄웠다. 청와대측은 “인터넷 시대에 대통령의 생각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접은 사람들에겐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 같다.

“대통령은 힘이 없다” “여소야대 구조로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 “정치가 생산적이지 못하다” 등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쏟아놓은 글들은 투정이나 불만으로 들리지 결코 국가경영을 책임진 사람의 말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난 7일 중앙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의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아도 된다” “내가 느끼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는 점이다” 등의 발언이나 13일 해외 한인회장단 앞에서 한 “저는 대통령 시작부터 레임덕이었다” “어쨌든 시작할 때보다는 걱정거리가 1g이라도 줄어들었다”는 발언 등에서 대통령의 권위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다.

작심하고 국민들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자극하려고 나선 듯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측은지심은 요지부동이다. 일부에선 노골적인 혐오의 감정을 담은 패러디물을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를 밉게 보는 한 평화는 없다. 용한 무당의 처방처럼 서로의 미운 감정을 떨쳐내지 않고선 길이 없다. 짧지도 않은 남은 임기 동안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미움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괴롭고 힘든 일이다.

대통령 역시 반대세력들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며 투정 부리고 짜증 내는 것 또한 국가를 위해 좋을 게 없다. 대통령은 더욱 위축돼 오기를 부릴 테고,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혐오감 불만 허탈감에 휩싸일 뿐이다.

- 서로 미워하는 한 평화 없어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통령이다. 남은 임기 내에 국민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 없이 지내려면 옛 이야기의 교훈을 진지하게 새겨야 한다.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놓을 정도의 희생적 사랑은 아니더라도 노 대통령을 연민의 눈으로 보고 격려와 용기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아는가, 대통령의 노여움이 삭아 국민을 대하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국민들의 마음 또한 부드러워져 미움이 사라질지.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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