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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살림지식총서 일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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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살림지식총서 일본 특집

입력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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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을사조약체결 100주년에 광복 6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이 되는 해다.

한일 양국은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기 위해 ‘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우호를 다지려 했지만 역사왜곡 교과서와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해라 할 수 있다.

극복의 대상이든 선의의 경쟁자이든 일본을 알고자 하는 열의가 어느 때 못지않게 뜨겁다. 살림지식총서 186~195호로 묶여 나온 10권의 문고본 ‘일본특집’은 짧은 시간 안에 일본을 폭 넓게, 입체적으로 알고싶은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박규태 한양대 교수 등 일본 전공자 9명이 각각 10가지 주제로 나누어 열도 들여다보기를 시도한다.

한일관계와 일본 문화를 중심으로 꾸려진 이번 시리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은 정하미 한양대 교수의 ‘일본의 서양문화 수용사’와 이성환 계명대 교수의 ‘전쟁국가 일본’, 박규태 교수의 ‘일본의 신사’다.

‘일본의 서양문화 수용사’는 유럽에서 일본까지 이어지는 기나 긴 항로를 ‘별사탕 로드’라 이름 붙이고 이를 통해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추적한다. 우리나라에서 더 애용하는 화투는 트럼프의 한 종류인 카르타를 참조해 만든 것이고, 카스텔라와 ‘돈가스’, 단팥빵 등은 서양 음식을 발전시킨 일본 음식이라는 예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육중한 체격의 서양인과 맞서 싸우기 위해 1,200년간 이어져 온 육식금지 정책을 폐지하거나 정부가 네덜란드의 문물을 난학(蘭學)이라 지칭하며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모습 등 개방적 자세를 유지하며 서양문물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근대 일본의 모습이 상세히 묘사되어있다.

‘전쟁국가 일본’은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일본의 근대사를 돌아보고 일본의 정치 체제와 사회를 분석한다. 저자는 일본이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올라선 것은 수 차례 일으킨 전쟁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주군과 사무라이의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를 전통으로 가지고 있는 일본은 국제관계를 상하관계로 파악했고, 상하관계를 결정 짓는 것은 곧 힘(군사력)이라는 인식해 빈번히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책은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꾀하는 일본의 최근 움직임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견한다.

‘일본의 신사’는 신사라는 렌즈를 통해 일본의 전통문화와 종교관을 들여다본다. 책은 전국에 8,000여 개나 산재 해있는 신사가 일본인의 삶 자체라고 말한다.

신사를 통해 왜 일본인이 초월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외래의 신보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신을 더 선호하는지 차분히 설명해 나간다. 더불어 저자는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만 관심을 보이고 신사라는 단어에 거부감만을 느낀다면 정작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충고한다.

이밖에 무사도 정신이 어떻게 일본의 국민성과 맞물려 있는지를 파헤친 ‘주신구라: 47인 사무라이의 복수극’, 미술이 국가권력에 포섭되고 결국 황국신민의 도구로 전락하는 모습을 담은 ‘일본 누드 문화사’도 적지않게 읽는 재미를 던져준다.

하지만 ‘일본의 정체성’(김필동) ‘번역과 일본의 근대’(최경옥) ‘한국과 일본:상호인식의 역사와 미래’(하우봉)는 100쪽 남짓한 좁은 공간에 묵직한 주제를 담아내기에 버거워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에 출간된 개론서 수준의 일본 관련 서적보다 일보 전진한 논리나 사실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야자키 하야오’(김윤아)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소녀와 마녀사이’(박규태)는 애니메이션 분야를 통해 일본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지만 소재가 중복되어 일본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퍼즐을 완성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원래 30개 주제로 시리즈를 펴내려 했던 출판사 살림은 8월15일 광복절과 내년 6월에 나머지 20개 주제의 일본관련 문고본을 나눠 내놓을 예정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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