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5일 총 650만명 규모의 광복절 대사면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한데 대해 법조계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은 사면건의 배경에 대해 “서민생활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활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면의 취지는 이해하나, 여당이 사면문제에 지나치게 가볍게 접근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특히 사면 건의안에 250만명의 일반사면 또는 일반사면에 준하는 조치가 포함된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반사면은 특별사면과 달리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건까지 효력이 미쳐 법적 안정성을 크게 위협한다. 이런 이유로 일반사면은 건국 이래 일곱 차례밖에 없었다.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은 “일반사면은 시대상황이나 풍속이 크게 바뀌어 과거에는 처벌했더라도 이제는 굳이 처벌할 필요가 없는 범죄에나 실시하는 것”이라며 “사면권은 삼권분립의 중대한 예외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위생사범이나 환경보존법 위반사범 등을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단순 과실범이 아니라 유해 음식물을 유통시키거나 폐기물을 다량 배출하는 등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경우”라며 “여당이 이들의 행위를 ‘서민경제생활에서 유발된 가벼운 범죄’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2년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된 정치인이나 개인비리 혐의로 복역중인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여당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 사면의 목적이 결국 이들을 포함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여당이 이달 내 대통령에게 (사면을) 추가 건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비리 정치인이 사면대상에 포함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복절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650만명이나 되는 대규모 사면 대상자들을 가리는 작업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기준을 정하고 사면 대상자의 판결문과 양형, 행형성적 등을 검토해 선별하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3일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8월에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며 “(대상자 선정도) 기술적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난색을 표시한 바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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