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재구성해야 하며, 구성된 내용을 또박또박 차분히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를 포함한 20대 후반의 학생들 중 대다수는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생, 그 중에서도 1, 2학년생 사이에서는 토론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다. 대학마다 1학년 교육과정에 토론 수업을 필수 교양으로 넣는 학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은 결코 남을 설득하고 굴복시키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의 ‘존재성’을 수용하는 토론과정을 통하여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일깨울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달 초 ‘국무총리배 전국 대학 규제개혁 토론대회’에 참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대회는 구체적으로 종래의 토의 방식과 다른 아카데미식 토론방식으로 진행됐다.
즉, 하나의 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팀을 나눠 미리 설정된 순서와 시간의 원칙을 지켜가며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주장에 증거를 들어 반박하고 자신의 주장이 더 타당함을 증거를 들어 청중과 심사위원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대회를 한 달 정도 앞두고 논제가 발표되기 때문에 자료를 수집할 여유가 얼핏 보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수집한 자료를 자신의 논리적 흐름에 따라 재배열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피치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결코 길지가 않다.
수백 장의 자료 를 10여 페이지로 정리하는 분류기술을 배웠으며, 내용 숙지와 전달력에 초점을 맞춘 집중훈련을 거쳤다. 같은 내용을 수십 번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전달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그 결과 최우수 스피커상을 받게 되었다.
토론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끈기 있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도발하더라도 결코 흥분해서 중간에 말을 끊어서는 안 된다.
토론은 말싸움이 아니다. 토론의 목적은 한쪽의 입장이 옳기에 그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입장을 정리해 보다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진리를 찾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심스럽고 겸허하게 토론에 임하되, 내면적으로는 치열한 사고과정을 끊임없이 거쳐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는 걸음마 단계이다. 그러나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토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지고 수용된다면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토론자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권영주 성균관대 경영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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