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여전에 정부가 ‘동북아 물류 허브’ 운운하며 유치를 자신했던 세계적 항공물류업체 페덱스의 아시아ㆍ태평양 중심기지가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이전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로써 2000년부터 홍콩에서 아시아 물류허브를 운영해온 DHL, 일주일전에 상하이에 물류단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UPS를 포함해 세계 3대 특송업체가 모두 중국에 둥지를 트는 셈이다.
이런 소식은 완구업체인 레고 등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철수하는 것과 맞물려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외면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조짐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페덱스가 인천공항을 동북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허브중의 하나로 운영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방한한 이 회사 아태지역 사장은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정부의 정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비용과 효율성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위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좀 지난 일이지만 주한 유럽상의의 햄프싱크 회장도 얼마전 “한국의 동북아 허브 정책은 중국의 급성장을 의식한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며 “7~8년간 똑 같은 내용의 300쪽짜리 무역장벽 보고서를 내놔야 할 만큼 한국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가 해명을 하든지, 변명을 하든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인천공항은 화물운송 규모가 세계 3위인 만큼 장기적으로 허브기능을 갖출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전투적 노조가 문제인지, 오락가락하는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방침이 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페덱스 등이 말하는 중국 선택의 이유에 귀를 기울이라는 얘기다.
어느 경제학자가 지적했듯 동북아 중심이니 균형발전이니 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투자환경을 만들지 않으면서 이런 구호를 외치는 것은 사기 아니면 무지의 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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