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童心민주주의…의원님들 부끄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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童心민주주의…의원님들 부끄럽겠네

입력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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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은 어린이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지하철에 어린이 키에 맞는 선반을 설치해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해 주세요!” “어른들이 학교 앞에서 동물을 팔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 어린이의 마음을 보호해 주세요!”

15일 오후 국회 제2회의장.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의 첫번째 본회의가 열렸다. 참석한 ‘어린이 의원’들은 올 초 전국 225개 초등학교에 구성된 ‘어린이 국회 연구회’의 대표들.

어린이 국회는 국회가 여의도 의사당 시대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행사로, 앞으로 매년 열린다. 회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재한 김원기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어린이 국회를 통해 국회를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어린이들이 훌륭한 민주시민과 미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 의장은 “원래 국회 회의장에선 박수를 칠 수 없지만, 어린이 여러분이 잠이 올까봐 기분을 돋궈야 할 것 같다”며 ‘특별히’ 박수를 허용했다.

이날 회의에서 어린이 의원 대표 20명은 어린이 눈높이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천진한 법안과 건의안들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발표했다. 서울 신천초등학교의 김명선 어린이 의원은 “어린이들이 공공화장실의 변기나 세면대를 사용할 땐 까치발을 들어야 하고 옷이 물에 젖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이용 변기와 세면대 설치법’을 제안했다.

인천 계양초등학교 김민경 어린이 의원은 “극장 어린이 영화나 TV 어린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에 어른들이 뽀뽀를 하는 야한 광고가 나와서 부끄러운 경우가 많다”면서 “광고에 등급제를 도입해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리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경남 도천초등학교의 손훤기 어린이 의원은 과일 바구니 모양의 모자를 쓰고 나와 “어린이들이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학교의 정원수를 소나무나 사철나무가 아닌 과일 나무로 바꿔 달라”고 말했다.

회의 초반엔 의젓했던 어린이 의원들 중 대부분은 회의가 3시간 가까이 계속되자 하품과 기지개, 손장난을 참지 못하는 ‘어린이’로 돌아갔다. 하지만 ‘어른 국회’에서의 야유나 고성, 몸싸움도, 슬그머니 회의장을 빠져 나가는 어린이 의원도 없었다.

법안과 건의안 설명이 끝난 뒤엔 참석한 어린이 의원들의 투표로 으뜸 법안ㆍ건의안을 뽑았다. 대상엔 전남 고흥동초등학교 김다윗 어린이 의원이 “어른들은 생명을 소중한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왜 돈벌이를 위해 몸이 약한 병아리를 팔거나 동물 뽑기 기계를 학교 앞에 갖다 놓느냐”며 제안한 ‘학교 주변에서의 동물 판매금지 법률안’이 선정됐다.

국회는 이날 발표된 우수 법안과 건의서를 정부 부처에 보내고, 국회의원에게 전달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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