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통합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가장 거대한 규모이면서 매우 완성된 형태로 유럽연합(EU)의 결속이 굳어지고 있는 것을 비롯해 북미, 동남아시아 등 지역마다 경제공동체 창설은 일찌감치 대세이다. ‘동북아 경제공동체’ 역시 한국의 원대한 꿈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쓴 ‘유럽합중국’(김정혜 옮김)은 쉽고 재미난 필체로 EU를 냉전 이후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잠재력을 지닌 미래의 초강대국으로 평가한다.
5억 인구의 EU는 대통령, 국회, 헌법, 내각, 권리장전 등은 물론이고 각국 고등법원의 법 해석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법률 체계를 구축했다. 모든 국제기구에서 미국보다도 많은 투표권을 행사하며 훨씬 더 많은 해외개발보조금을 부담한다.
무역장벽을 제거하고 공동규제기구를 채택했으며 세계 최강의 화폐가 된 유로화로 무역과 금융의 초강대국이 되었다. 저자는 지금 유럽 대륙은 과거 어느 때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공통의 문화를 꽃피우고 있으며, 이런 문화적인 공감대는 향후 반세기 동안 유럽을 짊어질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공유될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새로운 세기를 맞아 미국의 패권주의에 도전하고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획득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물론 그 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EU 헌법 부결을 비롯해 농업보조금,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수도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시행착오야말로 유럽통합의 원동력이며 더욱 통합을 자극하는 자극제라고 역설한다.
EU에 비하면 동북아 공동체의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등 이 지역의 협력을 묘사하는 말은 다양할 수 있지만 안보공동체 만큼 절실한 것도 없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 등 9명이 쓴 글을 모은 ‘동아시아 안보공동체’는 동북아 각국이 협력해 안보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틀을 검토한 뒤, 동아시아안보협력회기구 출범을 제안한다.
관건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안보 이해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가인데, 필자들은 유럽이 신뢰구축을 통해 군축에 성공한 것처럼 동아시아 안보공동체 출범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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