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대북 송전을 위해 인천 영흥 화력발전소를 조기 착공하고 파주에 지어지는 신덕은 변전소를 통해 200만㎾의 전력을 평양으로 보내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단계이긴 하지만 한전의 이 같은 구상은 수도권에 발전소를 지어 자체적으로 송전하는 것이 3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송전을 마무리 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개성공단과 같은 송전 방식
남한과 북한의 송전전압은 345㎸와 220㎸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송전을 원활하게 하려면 전력변환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는데다 설령 변환장치로 양쪽을 연결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선로가 극히 노후화해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전측이 연결 방식을 포기하려는 이유다.
대신 북한에 남한용 송전 선로를 가설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국전력이 올 초 문산변전소에서 배전선로를 설치, 북한개성공단에 1만5,000㎾를 보내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울진이나 영광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북한에 직접 보내는 방법도 검토됐다. 그러나 추가적인 송전 선로를 까는 데 1㎞당 20억원씩 들고 건설 기간도 5년이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휴전선 인근에 대북 송전용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기간이 가장 적게 드는 복합발전소를 짓는 데도 5년 이상이 소요돼 2008년까지 맞출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수도권 전력 빼내 송전
한전은 2009년 완공 예정인 영흥 화력발전소 3,4호기(160만㎾)를 조기에 완공하고, 여름철 예비용으로 쓰여 온 당인리발전소(40만㎾)의 전력을 더해 파주의 신덕은 변전소를 이용해 송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전력을 일부 빼내 송전하는 것이 기한을 맞출 수 있는데다 비용도 가장 적게 든다는 것이다. 특히 이 방식을 선택할 경우 송전선로를 추가 설치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덕은 변전소에서 북한 평양까지 200㎞의 송전선로만 깔면 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송전선로 설치와 변전소 건설 등에 1조5,500억~1조7,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전력 차질 우려
하지만 한전의 구상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전체 소비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의 전력을 빼내는 만큼 수도권 전력 수요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 같은 방식을 택할 경우 현재 10% 안팎인 수도권 전력 예비율이 8%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여름 성수기 때 과부하 등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남한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한국 경제의 핵심인 수도권의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력 예비율을 14~15%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8%대로는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전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12%대의 예비율이면 충분하며 예비율이 8%대라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송전선로의 과부하도 문제다. 한전측은 현재 수도권에는 765㎸ 2개와 345㎸의 4개가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로도 수도권 송전 선로 과부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200만㎾의 전력을 북한에 추가 송전할 경우 과부하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전측은 3개월여 전 현재 상태로서는 10만㎾이상의 직접 송전은 힘든 만큼 북한에 별도의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기술적인 측면이나 비용 등 모든 상황을 점검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부가 직접 송전 방식을 발표해 그에 맞춰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최종적인 것은 정밀한 검토와 분석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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