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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폐장 지원급 잘만 쓰면…

입력
2005.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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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있었던 실화다. 메이지유신 시대 직전 매우 심각한 기근이 든 지 수년이 지났다. 사람들이 삼순(三旬)에 구식(九食)하는 정도라서 굶어죽는 사람이 말할 수 없이 많았다. 영주인 다이묘(大名)가 구휼미 100석을 보내왔다. 사실 쌀 100석 해봐야 사람들이 며칠 먹으면 모두 동나고, 결국 기근은 계속될 것이 뻔하였다.

결국 주민들은 나누어 먹기보다는 장래를 위해 ‘학교’를 설립하였다. 물론 적잖은 세월이 걸렸지만 주민과 학교가 어렵게 키워낸 영재들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마을을 기근으로부터 영구히 구해냈다.

국책사업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방사성폐기물 사업과 관련해서 유치를 신청하는 지역에 지역지원금 3,000억원과 매년 일정액의 반입수수료가 지급된다고 한다. 관심이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자체장 혹은 지방의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주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10억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지역지원금 3,000억원은 어떻게 보면 큰 규모의 돈이 아닐 수도 있다. 인구가 5만 명 정도 되는 군의 경우에는 1인당 600만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인구가 30만 명 정도가 되면 100만원으로 주민의 관심을 끌기에도 역부족이고 공연히 모든 국민이 혐오하는 시설을 오죽하면 유치하느냐고 지역주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십상이다.

글 첫머리에서 필자가 소개한 구휼미 100석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한 끼 식사로 없애 버리지 않고 모두가 살 수 있는 지역경제 성장엔진의 씨앗으로 삼았다. 100석의 쌀이 있어도 어차피 하루 먼저 굶어 죽느냐 아니면 하루 나중에 죽느냐의 사소한 문제라고 보았던 것이다.

방사성폐기물 사업 유치와 관련해 지역에 지원되는 자금의 규모가 보기에 따라서는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지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소중한 씨앗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비전을 가진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그리고 지역주민이 뜻을 하나로 모을 때 가능하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기초 지자체에 적지 않은 금액의 지원금이 나가고 있지만, 어떤 곳은 이를 슬기롭게 사용하고 어떤 곳은 수년째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에 농산물 직판장을 개설한다고 땅을 비싸게 샀다가 건축규제로 이도 저도 못하고 겨우겨우 본전치기로 땅을 되팔아 이제는 지자체 내 군부대의 훈련장을 골프장으로 만들겠다고 부대를 옮겨달라는 지자체가 있다는 소식도 있다. 또한 기다리다 못해 군민들에게 1인당 몇만 원이라도 나누어 갖자는 주민과 이에 동조하는 지방의회 의원도 있다고 한다.

법적 장치에 따라 지역에 보장되는 일정한 수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비전을 갖춘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그리고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지역주민이 있어야 지역발전이 가능하다.

필자는 방사성 폐기물 사업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당면한 문제해결에 급급하기 보다는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성장엔진을 찾고 지역 전체의 파이를 키울 줄 아는 구휼미 100석의 슬기로운 판단과 혜안을 기대해 본다.

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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