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성 운동이란 남녀 모두의 공감을 얻을 때 힘을 발합니다.”
한양대 총여학생회(회장 이현미) 부회장 금윤화(22ㆍ정치외교학과)씨가 현재 주류에서 활동중인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의 공감대 조차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남성들의 무조건적인 반감이 충분히 이해될 정도라는 것이다.
지난 1일 금씨는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여성 운동의 주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던 터다. 그에 앞서 그가 몸 담고 있는 한양대 총여학생회는 올 초 초등학교 남성 할당제를 주장하며 사회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군 인권 문제가 좋은 예.
그는 “남녀 분열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현재 여성 운동은 결코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전제, “여성 운동이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여성 정책 일선의 실무자들이 군대 인권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며 노선 변화를 촉구했다.
‘여성 이기주의 운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운동은 앞으로 여성들의 일방적인 외침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최근 군대 문제에서도 주류 여성 운동가들의 잘못된 대처 때문에 여성 운동은 더더욱 외골수의 길로 빠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군대 문제의 경우에서 보듯 일부 여성운동가들의 급진적이고 극단주의적인 방법 때문에 남성의 공감대를 더욱 상실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남녀차별 시정을 요구할 때 남성들은 매번 ‘그러면 여자도 군대 가라’는 논리를 폈죠. 그럴 때마다 여성계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모성을 보호하기위해 여성은 군대 갈수 없다’는 반론을 제시해 왔잖아요. 하지만 이런 대처가 여성운동이 남성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군대 인권문제 해결에 나서 그 문제가 조금이라고 개선이 된다면 최소한 남성들의 여성운동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은 없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죠.”
군대 문제는 결코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군대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문화들은 결국 남녀가 공존하는 사회에도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
여성이 변화하면 진정한 양성 평등을 실현한다는 대원칙은 군대 문제에서도 적용된다는 사실은 군대 문제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국가에서 여성 병역을 필요성을 인식, 여성도 수용할 수 있는 군대 시설을 만들고 여성 병역 의무를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죠.
양성 평등 실현과 공감대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테니까요. 무턱대고 남성이 군대에서 이 만큼의 피해를 봤으니 여성도 같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라면 곤란하겠죠.”
금씨의 학내 활동 역시 ‘공감대 만들기’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총여학생회’라는 선입견을 버리지 못 해 일단 인상부터 찌푸리는 남학생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공감대를 끌어 내기위해 먼저 다가서는 방법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독재하자는 것도 아닌 터에,우리 목소리만 높인다고 절대 사람들이 인정하고 동의해줄 것이라 생각지 않아요. 여성 단체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움직여야죠.”
지난 5월 축제 때 ‘남학생 요리 대회’를 처음 개최했던 것도 그 같은 전략의 일환이었다. 남자들도 가사일을 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외침에서 탈피한 결과였다.
“떡볶이 만들기 대회였는데 15팀이나 참가했어요. 과연 반응이나 있을지, 아무도 신청 안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았죠.” 이제는 주류 여성 운동도 자연스런 접근 노선으로 전환을 모색할 때가 됐다는 신념의 기저에는 그런 경험의 시간들이 깔려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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