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과 희생자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7ㆍ7 런던 연쇄 폭탄 테러의 용의자들이 하나같이 평범한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연 무엇이 이들을 테러로 내몰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AFP 통신은 14일 테러범은 코란에 푹 빠진 광신도나 결손 가정에서 자라면서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해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찬 인물이라는 생각이 여지 없이 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테러에 나선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사람 대부분은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중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지니고 안정된 직장을 지녔다. 미 프린스턴대 클라우드 베레비 교수는 1980년대부터 2003년까지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한 60여명을 포함해 테러에 가담했던 팔레스타인 300여 명의 신상명세를 분석해 이 같은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분석 결과 테레리스트 중 중산층 이상은 84%, 대졸 56%, 정규직 90%로 일반 팔레스타인 사람(중산층 이상 68%, 대졸 8%, 정규직 60%) 보다 더 넉넉한 가정에서 공부 더 많이 하고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거주자 비율도 54%로 전체 인구 중 도시거주자 비율(34%)보다 높았다.
나이는 18~24세가 45%, 25~34세가 43%를 차지했다. 자살 폭탄 테러범의 경우 저소득층 출신은 7명 중 1명 뿐이었고 96%가 정규직이었다.
베레비 교수는 “테러범 중 누구도 미치거나 바보스럽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 소유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의 성장 환경을 분석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아리엘 메라리 교수도 “자살 폭탄 테러 가담자에게서 정신분열 증세나 과거 자살을 시도했거나 하는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테러의 현장으로 나서게 하는 것일까. 무슬림에 대한 정신분석가 에이드 엘 사라즈는 “평범한 무슬림이라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체첸 그리고 이라크에서 고통 받는 무슬림의 모습을 보고 큰 좌절감을 느낀다”며 “더구나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에서 무슬림을 죄인 취급하는 것에 대해 모멸감도 꽤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 무슬림 사회에서도 토니 블레어 총리가 테러 방지용 전자신분증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무슬림 감시를 위한 것이라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었다.
마음의 고통으로 한 번 마음이 흔들리면, 과거에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귀에 박히게 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스콧 아트란은 시사전문 계간지 워싱턴 쿼털리 기고문에서 “중도 성향의 무슬림이라 해도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한 번 마음을 먹고 나면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 훈련에 임한다”며 “이슬람 저항 세력이 이런 사람들을 포섭의 표적으로 삼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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