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A사는 최근 2,000억원을 투자, 공장을 증축했다. 성장에 한계를 느끼자 오히려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신규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 A사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될 때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선 경기 불황기인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밝혔다.
식품가공업체 B사도 최근 25억원을 들여 육가공품 생산 설비를 새로 깔았다. 수산가공업에 주력했던 B사는 앞으로는 육가공 시장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사는 오히려 불황기에 육가공품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모두가 움츠리고 있는 요즘 오히려 적극적 투자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제조업체와 건설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투자계획과 애로요인’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투자를 상반기 보다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전체의 37.3%를 차지했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역발상 투자 전략’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46%는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투자 확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업전망 낙관’(34.0%)과 ‘경기회복 가능성’(20.0%)이라고 답한 기업들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본격 투자에 나설 시점을 묻는 질문에 ‘현재 본격 투자 중’이라는 답변이 33.4%나 돼 경기 회복에 대비하고 나선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약 없다’는 응답도 23.0%를 차지했다. 그 이외에는 ‘올 하반기’(16.3%), ‘내년 상반기’(9.3%), ‘내년 하반기’(9.0%), ‘2007년 이후’(9.0%)의 순이었다.
기업의 투자자금 여력에 대해서는 전체의 62.7%가 ‘충분하다’고 답했고, ‘부족하다’는 응답은 37.3%에 그쳤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자금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44.3%로, 대기업(자금부족 25.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하반기에 주로 계획하고 있는 투자 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기존설비 개ㆍ보수’가 42.7%로 가장 많았고 ‘신규설비투자’(22.6%), ‘신규사업투자’ (17.7%), ‘연구ㆍ개발 투자’(9.0%), ‘정보화 투자’(5.6%) 등의 순이었다.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반기 예상 건설 기성액(실제 건설공사 완료액)을 질문한 결과도 ‘상반기 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52.0%나 됐고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12.0%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기침체’(46.8%)가 여전히 가장 큰 투자 애로 요인으로 지적됐고 ‘자금 부족’(17.4%), ‘정책 불확실과 정부규제’(16.0%) 등도 걸림돌로 인식됐다. 상의 관계자는 “기업 투자가 하반기 경기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 및 투자여건 조성과 공공지출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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