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고이즈미의 개인적 친밀감으로 상징되는 미일관계가 최근 삐그덕거리는 모습이다. 유엔 안보리 확대와 미국 소고기 수입 재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서로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 등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미국은 12일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G4)이 제출한 안보리 확대 결의안에 대해 명백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일본의 상임위 진출은 찬성한다’는 미국의 지지 등을 배경으로 ‘천우신조의 기회’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모색해 온 일본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상임이사국 진출 희망국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비외교적인 행태를 보이면서도, 일본은 자신의 자금력과 미국의 뒷받침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G4안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나오자 “설마 했는데 정말 충격적”이라고 털어놓았다. 미국이 반대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일본 정부는 미국 대표의 연설 직전 “반대를 하더라도 강하게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대표는 오히려 다른 국가에도 반대할 것을 요청하는 등 가장 수위가 높은 반대행동을 했다.
광우병으로 중단된 미국소의 수입재개 문제는 미국측이 섭섭해 하는 현안이다. 미국은 대통령과 국무장관 등 모든 경로를 통해 조기 수입재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원칙을 내세으며 흔들리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13일 중국 다이렌(大連)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비공식 각료회의에서 미국 대표가 “수입이 금지된지 2년 가까이 돼 (미국) 의회의 분노가 폭발직전”이라고 압력을 가해도 일본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창 진행되고 있는 주일미국 재편 문제도 양국간에 이견차가 커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측은 미군기지의 75%가 몰려 있는 오키나와(沖繩)의 부담 경감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지만, 미국측은 오키나와의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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