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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1) 불안은 건강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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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1) 불안은 건강의 적

입력
2005.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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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이정권 교수의 가족주치의’를 새로 연재합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 교수는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가족 전체에 대한 포괄적 건강관리, 당뇨병ㆍ고혈압 등의 만성병 관리, 피로 및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의사를 찾는 사람은 자신의 증상이 더 나빠질까, 혹시 큰 병의 징조가 아닐까 걱정합니다. 진단서 발부 같은 행정적인 목적이 아닌 한 병원에 오는 분은 아무리 사소한 증세가 있어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요즘 같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미심쩍은 증세가 나타나면 어딘가에서 그 원인을 수소문하기 마련입니다. 주위 친지가 한마디 거들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의학 관련 케이블TV의 건강 프로그램을 보면 걱정이 쌓입니다. 증세가 쉬 가시지 않으면 자신이 꼭 그 병에 걸린 것 같아 보이고 점점 더 불안해집니다.

심지어 아무 증세가 없는데도 암이 온 몸에 퍼져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면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해 병원을 급히 찾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증세가 있어서 “혹시 큰 병?” 하면서 불안해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증세를 무시하거나 하찮게 여겨 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키우는 일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불안해도 좋은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적절한 스트레스가 일에 활력을 넣어주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불안은 결코 몸에 좋은 것이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에 관계없이 불안해 하고 걱정에 휩싸이면 우리 몸의 신경계나 호르몬이 전투상태에 들어가게 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여러 가지 증상은 물론이고 각종 장기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실제로 불안 증세는 다양해 여러 가지 병을 흉내냅니다. 어지럽고 숨이 차거나 손발이 저려서 순환기 혹은 신경계 질환을 의심하게 하고, 소화가 안 되거나 배변 습관이 달라져 위장질환을 확인하게 위해 힘든 검사를 받게 하기도 합니다. 여기 저기 근육이 쑤시고 관절이 아파 근골격계 질환으로 소염진통제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소한 통증 같은 증세도 마음이 불안해지면 증폭되어 고통이 더 커지고 따라서 당연히 더 심한 병을 의심하게 돼 그렇지 않으면 필요 없을 각종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되고 이는 결국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해를 끼칩니다.

최근에 질병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나 시청자를 위해서 각종 매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건강관련 정보를 쏟아 놓습니다. 가히 의료 정보의 홍수라고 할 만합니다.

이런 정보 홍수로 말미암아 이제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사회가 불안해 질수록 불안을 이용한 사업, 이른바 불안사업이 발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절도가 특별히 더 늘어나지 않아도 도둑맞을까 불안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방범사업이 번창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료도 예외가 아닙니다.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커지면서 이전 같으면 무시하고 살거나 참고 살만한 증세도 해결해야 할 건강문제로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따라서 당연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질병을 예방하느라고 엄청난 돈과 시간, 심지어 신체적 위해를 감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향이 널리 퍼졌지만 우리가 전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해지는 걸까요? 그렇다고 느끼는 증세를 무시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증세는 증세대로 있는 그대로 느끼고 말하고 받아들이고 스스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면서 필요할 때 전문가와 상의하되, 결과를 미리 가정해서 스스로의 마음에 불안이 끼어 들 여지를 될 수 있는 대로 줄여나가야 합니다.

불안은 건강의 적입니다. 질병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건강한 현재의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금 혹시 어떤 증세 때문에 불안하십니까?

일단 불안을 고리를 차단하십시오. 저의 이 칼럼은 건강 생활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면서 질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읽고 나서 건강지식은 커지면서 쓸 데 없는 불안을 키우는 일은 없게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스스로 되뇌시기 바랍니다. “불안은 건강의 적이다”라고.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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