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어떻게 보낸다는 거지요, 통일부에서 무슨 비책(秘策)이 있겠죠.”, “저희는 구체적으로 모르니 통일부에서 발표한 대로 쓰세요.”
정부가 북한에 200만㎾의 전력을 보낸다는 내용의 ‘중대제의’를 발표한 12일 오후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 실무자들이 한 얘기다. 전력 실무자들은 자신들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중대문제’를 발표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정부의 외교ㆍ안보라인 쪽에서 중대제의를 ‘안중근 계획’이란 이름으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추진하면서 관련 부처에서 개요만 파악하고 결정한 결과였다. 남북관계의 특성상 모두에게 까발리고 일을 추진 할 수 없었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2008년이면 500만~600만kw의 여분 전력이 생기니 그 중 200만kw 정도 북한에 떼 주면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력을 나눠준다는 것은 먹던 빵을 쪼개 주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남북간에 전력 체계가 다른데다 설사 남한 전체에서 전력이 남아 돌아도 북한까지 보내려면 발전소나 변전소, 송전 선로 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 실무자들은 “시설을 갖추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정부 발표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정부도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남북 관계 개선은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뢰란 서로를 믿으며 약속을 지킨다는 뜻이다.
북한이 우리 제의를 받아들이더라도 송전 시설을 3년 안에 갖추지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개구리도 움추려야 뛴다’고 했다. 일이 아무리 급하고 보안이 필요했더라도 준비해야 할 것을 철저히 챙겨야 했다.
황양준 산업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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