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한국일보 주최로 ‘한국일보 문학인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름만으로도 우리 문학의 영광과도 같은 원로 시인들과 원로 소설가들에서부터 이제 막 등단한 신인작가들에 이르기까지 200명 가량의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잔을 부딪치고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온 신문 기사 속에 이런 구절 하나가 있었다. “한국일보에 ‘길 위의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소설가 이순원도 ‘주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우리가 언제 다시 이렇게 좋은 자리에 이토록 많이 모일까 생각하니 너무도 흥에 겨워 몇 테이블 돌아다니며 폭탄주를 제조하여 언제나 내가 먼저 시범적으로 마신 다음, 다음 잔을 선배와 동료와 후배에게 권했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누가 얘기를 해주어 뒤늦게 신문을 보고 전화를 하셨다. “몸 생각하며 마셔라. 신문에 아주 호가 났더구나.”
나중에 아들까지 제 엄마에게 고자질한다. “엄마, 엄마 신랑이 인터넷에 ‘이순원 폭탄주’ 하고 검색해도 나올 정도예요.” 이게 다 소설가 구효서가 자기 산문집에 나의 술 얘기를 과장하여 쓴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친구를 잘 가려서 사귀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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