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의 끝이 보이면 바야흐로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된다. 그 동안 일과 학업에 치어 지내던 사람들은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은 일 년 중 사건, 사고가 가장 많은 기간이기도 하다.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만큼 예기치 않은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모처럼 떠난 휴가를 망치지 않으려면 우발적인 사고에 대처하는 방법부터 숙지해 두는 게 좋다.
▲ 화상
찬물에 10분이상 담그고 천으로 감싸 보호
야외에서 취사 도구 등을 다루다 보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상은 단지 피부가 빨갛게 변하기만 하는 1도 화상, 물집이 잡히는 2도 화상, 화상부위가 하얗게 변하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3도 화상이 있다.
1도 화상은 그대로 놔둬도 무방하지만 2도 이상의 화상인 경우에는 화상 부위의 옷, 신발, 장신구 등을 모두 제거하고 차가운 물에 10분 이상 담가야 한다.
그리고 나서 통증이 어느 정도 없어지면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깨끗한 천 등으로 화상부위를 감싸 보호한다. 섣불리 연고나 크림 등 외용약품을 바르는 것은 좋지 않다.
▲ 깊은 상처에 의한 출혈
상처부위 높게 하고 지혈을
깊은 상처가 나 출혈이 심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일단 상처 부위에 어떤 성질의 피가 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상처가 깊지 않고 피 색깔이 검붉으며 출혈 부위를 압박할 때 쉽게 멎으면 정맥 출혈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깊은 부위에서 선홍색의 피가 박동을 치면서 뿜어져 나오면 동맥이 손상된 것이다. 이럴 때에는 일단 환자를 눕혀 가능한 한 상처 부위를 높여야 한다.
상처를 낸 물체를 빼내는 등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 다음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상처부위에 대고 눌러 지혈하면서 그 위를 단단히 묶어준다.
▲ 일사병
이온음료 OK, 소금은 NO
무더위에 오래 노출돼 쓰러지는 환자가 생기면 일단 환자를 가장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벗겨 체온을 떨어뜨린다. 젖은 수건이나 시트로 환자를 덮고 바람을 불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또 이런 환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내에 염분이 고갈된 상태일 수 있으므로 시원한 이온음료를 마시게 해 염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으나 소금을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생명이 위중한 열사병인 경우에는 얼음물로 적신 수건은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좋지 않다. 알코올을 몸에 뿌려 시원하게 하는 것 역시 오한에 의한 열 발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삼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간단한 응급처치법은 알아두고 떠나는 게 좋다.
▲ 설사
손깨끗이 씻고물충분히 마셔야
불결한 식수와 음식을 먹으면 이질, 콜레라, 세균성 장염과 물갈이 설사로 불리는 ‘여행자 설사병’ 등에 걸리기 쉽다.
용변 후나 식사 전후에 손을 씻고 반드시 끓인 물이나 생수를 마시며 육류, 채소,과일 등은 신선한 것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 장염이나 식중독으로 설사가 났을 때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고 물을 충분히 마셔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끓인 물이나 보리차 1ℓ에 찻숟가락으로 설탕 4숟갈, 소금 4분의 3숟갈, 중탄산나트륨(중조) 1숟갈, 오렌지주스 1컵을 타서 마시거나, 전해질이 함유된 이온음료 등을 마시면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 뱀에 물렸을 때
움직임 최소화… 즉시 병원으로
뱀에 물린 경우 뱀의 모양을 잘 살펴봐야 한다. 독사는 머리가 삼각형이고 목이 가늘며 물리면 2개의 이빨 자국이 난다. 하지만 독사가 아니면 당황할 필요가 없다.
독사에게 물린 경우에는 무엇보다 환자가 걷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해서 독이 몸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물린 부위 위쪽, 즉 심장 쪽에서 가까운 곳을 폭 5㎝ 이상 되는 손수건이나 지혈대로 묶어준다.
물린 뒤 30분이 경과되지 않았다면 상처부위를 소독한 후 소독한 칼로 깊이와 길이를 5㎜ 정도 절개한 다음 30~50분 동안 입을 대고 독을 빨아낸다. 뱀 독은 입안에 충치나 상처가 없고 삼키지만 않으면 전혀 해롭지 않다.
물린 뒤 30분 이내에 독을 빨아내면 50% 정도의 독을 제거할 수 있으나 그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 응급 처치를 한 후에는 즉시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 벌레에 물렸을 때
문지르지 말고 물수건 찜질
산행 중에는 벌레에게 물리지 않도록 소매가 긴 옷이나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벌에 쏘인 경우에는 깨끗한 손으로 벌침을 빼고 절대로 피부를 문지르지 않도록 한다. 이때 얼음물에 적신 물수건으로 찜질을 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밝은 색 옷이나 헤어스프레이, 향수 등은 곤충을 유인할 수 있으므로 피하고 먹다 남은 음식도 꼭 덮어놓는다.
곤충에 쏘인 경우에는 얼음 등으로 물린 부위를 찜질하고 암모니아수 등을 바르면 별 문제는 없다. 암모니아수가 없으면 우유를 바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간혹 전신 쇼크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가톨릭대 성모자애병원 응급의학과 이운정 교수,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삼성서울병원 송형곤 교수>도움말=가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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