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옆 공터, 폐품 야적장으로 변한 건물 옥상, 쓰레기가 나뒹구는 주택가 공터. 서울시내 곳곳에 방치돼있는 이런 자투리땅이 녹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로 조성되는 수천평 규모의 대규모 공원과는 달리 수십~수백평에 불과한 이 땅들이 주민생활과 밀접한 녹지공간으로 변신,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심에 위치해 대규모 공원 부지를 구하기가 어려운 중구는 공영주차장의 옥상을 녹지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4월 문을 연 중구 신당동 버티고개 공영주차장이 대표적이다. 주택가에 둘러싸인 5층 공영주차장 건물 옥상 300여평에 인공습지를 만들었다. 연못에 붕어를 넣고 창포와 애기부들 같은 습지식물을 심었다. 15일 공개되는 장충동2가의 장충공영주차장 옥상 305평도 녹지공원으로 탈바꿈했다. 7,000여그루의 나무를 심고 습지와 정자 벤치 등을 갖췄다.
구로구는 폐가를 소공원으로 바꿨다. 4~5년째 방치돼 야생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됐던 오류1동의 한 폐가를 5억원에 사들여 소나무 느티나무 등 1,4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정자와 놀이기구를 설치한 4월 이후에는 주민들의 사랑방처럼 쓰이고 있다. 또 항동 주택가 한가운데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던 시유지 115평에도 소나무와 느티나무를 심고 옥잠화 등으로 화단을 단장해 소공원으로 만들었다.
서초구는 지하철 양재역 출입구 옆 공터 150평에 목재 무대를 만들고 7,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소공원화하고 있다. 10월께 모습을 드러낼 이곳은 거리공연 등을 펼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강임순 중구 공원녹지과장은 “녹지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는 커지는 반면 지가 상승 등으로 대규모 공원부지를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자투리 공간 이용은 푸른 생활환경을 바라는 주민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지하철역 출입구와 도로 주변 공터 등에 공원을 조성하는 자투리땅 녹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올 상반기 25개 자치구의 조사와 시민 공모 등을 통해 221곳의 대상지를 발굴했다. 시는 이 중 국ㆍ공유지, 작은 규모의 생활주변 공간 등 96곳(2,271평)을 10억원을 들여 우선적으로 녹지화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민의 1인당 생활권 녹지면적은 1.4평에 불과, 뉴욕(3.1평) 파리(3.1평) 런던(7.3평) 등에 크게 못미친다”며 “시민들이 산이나 공원을 찾아 멀리 나가지 않고도 생활하는 곳 주변에서 언제든지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도록 자투리땅 녹화사업의 대상과 규모를 매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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