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력 직접 송전을 북한이 수용할 경우 주목할 대목은 전력 통제권이다. 전력 통제권은 크게 공급과 사용처를 대상으로 한다. 전력을 보내고 끊는 권한을 한국 정부가 갖느냐, 아니면 6자회담에서 결정하느냐는 문제, 또 북송 전력의 사용처를 군사 분야가 아닌 산업이나 민간에만 쓰도록 할 수 있느냐는 앞으로 민감하게 제기될 수 있는 이슈들이다.
▦전력공급 통제권
정부는 일단 대북 전력공급은 한국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1994년 제네바 핵 합의로 북한 금호ㆍ신포지구에 경수로를 건설하게 됐지만 한국은 35억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발언권조차 행사하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제네바 핵 합의도 한국은 배제된 채 북미 협상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북미 양측이 충돌할 때마다 한국은 이리저리 끌려 다녀야 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12일 “경수로 건설에 70% 비용을 대면서 7%의 발언권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전력공급을 위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같은 다국적 기구를 구성할 필요성도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에 대해 전력공급이라는 지렛대를 직접 운용하는 동시에 미국 등이 단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오더라도 선택권은 한국이 갖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기본적으로 전력공급 중단과 같은 상황이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다만 북핵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6자회담의 틀과 참여국들의 입지를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약간의 여지는 남겨 놓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 “전력공급 중단을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다”며 “전력 송전에 대한 기본 조건들이 6자회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이런 인식도 전력공급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6자회담 틀에서 중단요구 국가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전력 사용처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북송 전력이 군수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 내 군수공장과 군 시설에 남측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도 현실적으로 민수ㆍ산업용 전력으로만 사용하라고 제한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쪽의 전력이 평양 변전소까지 도착한 이후 어느 곳으로 공급되는지를 일일이 체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력 사용결과를 전달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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