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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천군 - 건달 이순신 구하기 퓨전 사극 '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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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천군 - 건달 이순신 구하기 퓨전 사극 '천군'

입력
2005.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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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인 결과가 예측된다면 무엇이든 섞고 보는 잡종의 시대, 결합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주연의 영화 ‘천군’은 무엇이든 혼합하고 보는 이 시대가 탄생시킨 희한한 잡종물이다.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 공상과학 코믹 액션 판타지 호러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뒤섞여 영화의 전개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황산벌’ ‘스캔들’ 등 인기를 끈 퓨전 사극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혼합의 정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

관객의 구미를 끄는 영화의 공통점이 한 줄로 영화 내용을 요약할 수 있는 ‘하이컨셉트’에 있다는 점에서 봤을 때 ‘천군’은 좀 헷갈린다. ‘남북한 군인이 과거로 가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 한 줄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은 과정을 살펴봐도 타 장르의 해체와 결합을 통하고 있다. 일단 출발은 7명의 남북한 군인이 과거로 간다는 ‘백투더퓨처’ 식이다.

여기에 과거로 돌아가 만난 이가 이순신라는 지점에 도달하면서 이야기에 가속이 붙었다. 그런데 이들이 만난 이순신은 무과에 떨어지고 장인어른의 닦달을 견디지 못해 국경지대로 숨어 들어 날건달처럼 살고 있다.

일본영화 ‘기묘한 이야기’ 중 사무라이의 휴대폰처럼 역사 속 영웅의 비영웅적 모습을 코믹하게 드러내 웃음을 유발한다.

게다가 이순신을 영웅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화합하고 또는 갈등 하는 남북한 군인들의 모습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식의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좀 엉뚱한 천재 여자 과학자의 등장으로 ‘우뢰매’ 시리즈 같은 유아적인 즐거움을 가미했다.

코믹으로 흐르던 ‘천군’은 후반부 들어 얼굴색을 확 바꾸는데, 중국 현지촬영과 엄청난 CG 작업이 동원된 대작 사극으로 흐른다. 총을 맞아 살점이 터져 나가고, 칼에 찔린 인민군 소좌 강민길(김승우)의 배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공중으로 솟구칠 때는 ‘혈의누’에 버금가는 잔혹극이 된다.

그러다 잔뜩 정색한 표정으로 결론을 맞는다. 명량해전에 앞서 ‘죽으려 하면 살 것이고 살려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고 외치며 출정 명령을 내리는 이순신의 과장된 비장함이 가득하다.

요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어느 부분부터 봐도 각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해체성이라는 점에 주목했을 때 ‘천군’은 모범적이다. 어떤 부분을 골라 보느냐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신한다.

하지만 이 잡종성과 해체성의 특징이 흥행을 보장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나친 결합이 개그 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을 볼 때와 같은 산만함만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부터 서사의 완결성보다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코믹 연기에 많이 기댄 영화이긴 하지만 말이다. 민준기 감독. 14일 개봉.

최지향기자 misty@hk.co.kr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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