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력 직접 송전 제안의 성사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북한의 입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중대제안 설명에 “신중히 연구해서 답을 주겠다”고 답한 것 뿐이다.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이 오지않고 있다.
정부는 일단 판단을 유보한 채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이 중대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우선 북한의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다. 북한의 전체 발전량은 1990년 277억kWh에서 2003년 196억kWh로 급감했다. 2002년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경제개혁에 나섰지만 전력 부족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야 할 절박한 처지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사실 따지고 보면 북핵 문제도 에너지난을 해결하려다 시작된 것”이라며 “북한의 경제난 해결에 전력 직접 송전이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의 또 다른 근거는 북한이 이미 유사한 방식의 전력 지원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2000년 12월 4차 남북장관급회담과 1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북한은 공식적으로 200만kW 규모의 전력을 송전 방식으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쪽의 양주변전소와 황해북도 남천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90㎞를 건설해 1단계로 50만kW를 공급해달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당시 전력실태 공동조사를 우선 실시해야 한다는 남측 대표단의 입장과 미국 등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전력공급이 무산됐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이처럼 여건은 조성돼 있지만, 대남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남측이 전력공급을 지렛대로 자신들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북한 군부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또 핵 포기 대가로 이 정도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로 한 이상 수정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전체를 거부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