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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한국영화 '해외합작'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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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한국영화 '해외합작'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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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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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여야 강해진다.”

해외자본, 인력과의 ‘이종교배’를 통한 세계시장 개척이 새로운 활로를 찾는 충무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 및 거대자본과의 합작 흐름에는 유수 영화제에서의 수상과 한류 열풍 등에서 비롯된 자신감과 함께, 국내 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

제작비 180억원의 무협 블록버스터 ‘칠검’과, 300억원을 쏟아 붓는 ‘무극’을 비롯해 이미 5편 정도가 해외합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칠검’은 보람영화사의 이주익 대표가 기획, 제작, 프로듀싱을 하고 홍콩의 세계적인 감독 수이하크가 메가폰을 잡았다. 홍콩 배우 리밍(黎明), 양채니와 김소연이 출연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이노센스’의 가와이 겐지가 영화음악을 담당해 범아시아 프로젝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 받았으며 9월말 국내 개봉 예정이다.

장동건과 홍콩 장바이즈(張百芝)가 주연한 판타지 액션 ‘무극’은 한국 중국 미국이 손을 잡은 드문 경우다. 한국 쇼이스트(대표 김동주)와 미국 문스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제작비의 10%를, 상하이 필름 등 중국 제작사들이 80%를 투자했다. ‘패왕별희’ ‘황토지’ ‘현위의 인생’으로 유명한 중국 첸카이거 감독이 연출했다. 12월15일 한국 중국서 동시개봉하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내년에 선보인다.

태원엔터테인먼트(대표 정태원)가 65억원을 들여 만드는 퓨전 사극 ‘무영검’은 미국 뉴라인시네마가 제작비의 30%를 투자했다.

신현준 이서진 윤소이 등 토종배우와 토종 감독이 만드는 영화지만 뉴라인시네마의 배급망을 통해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연말 개봉 예정인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 주연의 ‘데이지’(아이필름 제작)는 ‘무간도’ 시리즈를 만든 홍콩 류웨이장 감독을 영입해 완성도를 꾀하는 동시에 아시아시장 공략을 모색하고 있다.

심형래 감독의 대형 프로젝트 ‘디워’는 할리우드 작가 조감독 촬영감독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으며,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를 통한 투자, 배급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합작이 늘고 있는 것은 최근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에서 비롯되었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내수시장 점유율 50%대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영화가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그러나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아도 한국어 대사와 한국 배우만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로 해외시장을 뚫는다는 것이 쉽지않다.

쇼이스트의 손민경 해외배급팀장은 “한국영화라는 타이틀로는 해외 시장 흥행이 어렵다”며 “우리의 인력과 해외 자본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합작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창의적인 한국영화의 기획력과 판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해외 제작사들의 의도도 합작 붐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의 내수 시장이 취약하고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합작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승재 LJ필름 대표는 “수입의 80%를 극장에 의존하는 현 구조에서는 수익성이 더 이상 높아질 수 없다”며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를 개발해 아시아계 영화 인력들과 함께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합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투자의 위험성을 분산 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김용덕 보람영화사 부사장은 “의사소통문제 때문에 합작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어에 능통한 인력들이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영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충무로 관계자는 “제작과정에서의 책임전가와 합작영화에 대한 국내관객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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