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들의 지난해 실적은 아시아 경쟁 은행들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홍콩의 시사주간지인 ‘아주주간’(亞洲週刊) 최근호가 집계한 ‘아시아 300대 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시중+지방)들은 지난해 이익을 많이 냈으나 덩치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흡하고, 수익원 다변화 등 선진화에도 큰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총자산 순위에서는 국민은행(1,595억 달러)이 12위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하면서 국내 은행 중 최고 순위 자리를 지켰으며 우리(21), 하나(27), 신한(34), 조흥(36), 외환은행(39)이 50위권 내에 포함됐다.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이 54위,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이 90위에 올랐고 대구(138), 부산(142), 경남(176), 광주(190), 전북(251), 제주은행(299) 등 6개 지방은행도 300위권내에 이름을 올렸다. 총자산 기준 300대 은행 순위에 포함된 국내 은행 수는 14개로 전년 조사 때와 같았으나 총자산 점유율은 4.9%로 전년의 5.0%보다 약간 떨어졌다.
반면, 국내 은행들이 아시아 300대 은행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점유율은 11%로 총자산 점유율의 배를 넘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순이익별 순위에서도 우리은행이 6위, 하나은행이 11위, 신한은행이 18위로 총자산 순위보다 상위권을 차지했다.
‘총자산 증가율 상위 20위’와 ‘최대 손실 20위’ 순위에는 모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구조조정과 수익 우선 전략을 채택하면서 몸집을 불리는 대신 순이익을 높이는데 집중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이 잡지는 이와 관련, “한국의 은행들은 순이익 등 측면에서 전년보다 훨씬 풍성해졌다”며 “이는 한국 은행들의 지속적인 개혁과 합병의 결과물”이라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경쟁국가의 은행들보다 떨어지는 분야도 적지 않았다. 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산과 비교한 이익규모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88%로 홍콩(1.44%), 싱가포르(1.08%), 말레이시아(0.98%)보다 떨어져 외형에 비해 내실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 우리, 조흥, 하나은행 등 무려 4개 은행이 이자수익 부문 상위 20위권내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비이자 수익 증대나 수익원 다변화 등의 수익구조 선진화에는 미흡한 상황임을 반증했다.
한편, 도쿄-미쓰비시 은행 등의 일본 은행들이 총자산 1~4위를 휩쓰는 등 300위권내에 무려 132개를 포함시켰고 중국이 16개, 타이완이 40개, 홍콩은 18개였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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