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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6) 파도를 헤치고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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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6) 파도를 헤치고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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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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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전쟁의 실마리>

정치발전 이론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불안정과 혼란이 더욱 커지고 이에 더하여 소수민족 문제가 점점 심화해 옛 소련처럼 몇개의 독립국가로 해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과는 달리 현재처럼 무서운 속도로 경제ㆍ군사적 발전을 거듭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또한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 걸친 중국에 대한 포위망의 구축이 미국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거나 그 포위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날 때, 대만과 북한 두 곳 중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덜한 북한이 미국-중국 패권예방전쟁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신경전이 한창인 상태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6자회담이 다시 열린다. 그러나 핵 무기나 관련기술을 제3국, 특히 테러집단에게 공급하지 않고, 그리고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만으로는 사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런 선에서 마무리 되기에는 사태가 너무 진전됐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수락하면서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가 이미 보유한 핵무기 폐기까지 의미한다고 기대하는 순진한 사람은 없다.

1차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그 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인도의 국방장관이 아주 절묘한 대답을 했다. “핵무기를 가지지 않았으면 절대로 미국과 싸우지 말라.” 핵무기가 갖는 의미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북한은 보유한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

북한은 이미 1980년대부터 통상전력강화전략을 버리고 비대칭전력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핵무기개발 계획은 그 비대칭전력개발의 꼭지점이다. 통상전력과 핵무기 사이의 무한히 넓은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으며 미국과 남한의 연합북침, 공습, 정밀타격을 염두에 둔 대응전력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 최신 무기나 최고 기밀에 속하는 어떤 군사기술도 돈만 주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최신 군사기술과 무기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고 실제 그런 사례가 국제군사정보망에 여러 번 오르내렸다.

추후 자세히 밝히겠지만 필자는 체코에서 개발한 ‘타마라(Tamara)’라는 스텔스 전폭기를 탐지할 수 있다는 레이더와 인연이 있다. 이 레이더나 그 개량형 또는 러시아제 ‘썬번 대함미사일’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면, 북한과 미국간의 전쟁은 미국의 계산대로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점령 후 발견한 후세인 시절의 비밀문서 중에는 이라크가 사정거리 300km의 대함 순항미사일을 구매하기 위해 북한을 접촉한 기록이 있다.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북한의 대응전력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쟁과 계산>

전쟁이 시작되면 미국은 스텔스기를 동원하여 전략적 목표물을 정밀 폭격하고 동해상 해군 함정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수백km 떨어진 북한의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다. 그 정밀타격은 군사 지휘통제시설, 지하 핵 관련 시설, 미사일 발사시설, 통신시설, 화학ㆍ생물무기의 생산 및 저장시설, 지도부 거점에 집중될 것이다.

미국은 지하견고표적을 파괴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오래 전부터 개발해왔다. 최신 벙커버스터(Bunker Buster)탄, 통합직격탄(JDAM), 정밀유도미사일과 무기체계들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라 불리는 지하견고표적관통파괴용 소형 핵탄두(Mini Nuke)의 개발도 현재 깊이 검토하고 있다. 우려되는 방사능 피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핵무기 사용과 그에 따른 보복의 재앙적 결과를 잘 아는 북한지도부가 미국의 외과수술적 정밀타격을 감수할 수 밖에 없으리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김정일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와 미군의 북한진주라고 판단할 것이다. 당연히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미군의 공격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며 남한과 일본 본토공격을 포함하여 핵무기의 사용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북한을 위해 참전하여 미국과 전면전을 치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중국의 개입을 유도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꿰뚫고 있다. 서로 상대방의 속셈을 파악하는 계산에 치열하다.

중국과 북한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하지만 입술이 없어져 이가 시리다고 목숨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참아야 한다면 때가 이르도록 참을 것이다. 그러나 대만문제라면 다르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고, 미국의 영구적 기지가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만은 중국의 영토의 일부라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북한에 진주한다면 중국도 북한과의 국경을 넘어 남하할 것이다. 그리고 일정 선에서 서로 장기적으로 대치하면서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등소평 시절부터 두 가지 대외전략을 동시에 추진했다.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자(韜光養晦-도광양회)’는 것과 ‘행동이 필요한 곳에 행동한다(有所作爲-유소작위)’는 전략이다. 대만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하지만 북한문제는 일정한 한계를 설정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이 전쟁에 대한 사전통보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일본은 미국의 전쟁개시계획을 한국과 공유하지 않은 채 미사일 방어체제를 총 동원하여 북한으로부터 있을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면서 한편으로는 양안사태(兩岸事態)의 동시 발생에 대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일본인의 수송을 위해 해상자위대 함정을 한국 영해로 진입시킬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도와 직접 참전하지는 않더라도 미국의 후방기지로서 미ㆍ일 군사동맹의 의무를 기꺼이 수행할 것이다. 일본 나름대로의 또 다른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겉 표지>

전세계에 미국을 타격할만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한 나라가 어찌 북한 하나뿐인가? 왜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은 막지 못했고,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와 일본의 실질적 핵 능력 보유는 눈 감으면서도 북한의 소규모 핵전력을 용인하지 못하는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한국 일본 대만으로 이어질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고, 테러집단에게 공급될 대량살상무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목적만을 위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20세기 말 10년과 21세기 초 10년을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는가?

미국의 진정한 목표는 북한이 아니다.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북한을 문제 삼는 것은 북한의 과거 행적, 그 정권의 무모함, 폐쇄성, 비민주성, 반인권적 행태 등 여러 문제도 문제지만 사실은 미국의 대 중국 전략과 깊은 상관 관계가 있다. 단일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이 15년간 수행한 아시아 경영은 북한 핵 문제를 명분으로 전개한 대 중국 압박으로 요약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후견국이 중국인 것을 누가 모르는가?

우리는 흔히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관련된 미국과 북한의 대립을 북ㆍ미 문제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과 중국문제의 겉 표지일 뿐이다. 실상은 미국과 중국간 힘 겨루기이다.

<패권경쟁의 두 축>

지난 몇 주간에 패권경쟁의 전초전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6월28일 서명된 ‘미국-인도 군사관계 신협정(New Framework for the US-India Defense Relationship)’이 그 한 축이라면 중국의 후진 타오 국가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7월1일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관한 공동선언’이 다른 한 축이다. 그 두 가지 상징적 사건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군사전략적 의미는 후에 다시 살펴 보지만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언급하는 미국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눈에 뜨인다.

이 선언에 힘 입어 6자회담에 나오는 북한은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북한체제의 생명을 건 외교전쟁을 벌일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주변을 겉도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의도를 짐작하기 때문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지만 외길로만 굴러가던 상황에서 숨 고를 수 있는 변수가 생겼다는 차원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기어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캄캄한 밤에 일어날 것이다. 아주 어두운 밤, 몹시 추운 겨울 밤이나 비바람 험한 여름 밤이 될 것이다. 최악의 기상조건일 때는 정밀 전자전쟁 능력이 앞선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밤에 전쟁은 한반도를 뒤 덮을 것이다.

윤석철객원 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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