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세계인구의 날(7월11일)’에 즈음하여 ‘세계 및 한국의 인구현황’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임여성 1명당 평균자녀수는 1970년 4.53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감소하여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저출산의 영향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을 고비로, 그 중에서도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세 연령층은 2007년을 고비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65세 이상의 노년인구는 2000년에 총인구의 7%를 상회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200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7.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성들 양육과 교육 부담
우리나라의 출산력 감소와 노년인구의 증가는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이다.
그리하여 정부와 국회는 저출산 및 인구의 고령화는 향후 노동력 부족, 재정수지 악화, 사회복지비용의 부담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 경제성장률의 둔화 등 사회경제적인 안정성을 해치고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지난 5월에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동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저출산ㆍ고령사회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령사회 문제가 일찍이 사회적 의제가 된 것에 비해서, 저출산 문제는 최근에 비로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각에서는 ‘인구는 국력’이라며 저출산을 국가존립의 위협요소로 보고 있으며, 어떤 단체에서는 ‘123운동’(결혼 후 1년 내에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을 제안하고, 어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저출산 대책을 수립ㆍ시행할 때, 경제성장기 이후 우리나라 여성들의 출산 기피현상은 그들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직시하여야 한다.
현재의 경제적 수요 또는 장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양육과 교육의 공적 책임성’이 담보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삶의 굴레일 뿐이다. 또 여성에게 자기계발의 욕구를 포기하고 출산과 육아를 강요하는 것은 남성 중심적 사고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출산이나 육아가 여성의 직장생활이나 자기계발과 양립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일회적인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미봉적인 방법이 아니라,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는 ‘양육과 교육의 공적 책임성’이 제도적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그 책임은 국가와 사회에 있다.
한편, 우리사회에서 저출산 문제를 인식하는 시각에 대하여 다른 측면에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보장비용의 부담을 위하여 적정규모의 경제활동인구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력이 아닌 생명의 문제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인구를 구성하는 각 인격체가 존엄성을 가지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윤리와 정책이념이 확립되어야 한다.
결국 인구 또는 저출산 문제를 단지 노동력(성장동력) 또는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은 지양되어야 하고, 생명과 인간에 대한 외경과 존중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란한 저출산 대책에 앞서 여성들이 왜 출산을 기피하는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인재 상지대 법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